많은 꿈들 중 하나의 선택지를 꺼내며

학과는 얼마나 중요할까

by 칼미아

아직 대학 발표가 끝난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내 미래의 학교가 어디일지 눈에 보인다. 학과는 국제통상학과를 가게 될 것 같고, 작가의 꿈은 계속 지니며 살게 될 것 같다. 국제통상학과..... 고1 때 포기하려고 했던 과였다. 일단 높은 대학들은 엄두도 못 내겠고, 다른 곳들도 학과들 중에서 좀 높게 쳐준다는 평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지금 대학 발표를 받아들이기가 버겁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좋은 건 결국에는 하나의 학교에 그 과로 합격했다는 것이다. 내 꿈은 어릴 때부터 자꾸만 바뀌었다. 원래 그런 거라기엔 너무 심각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바뀌었다. 어떨 때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가 검사나 판사가 되고 싶다가 철학가가 되고 싶었고 그 외에도 위인전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수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뀐 게 공무원이었다. 내겐 맞지 않는 직업임을 직감했지만 안정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 끌리는 직업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면서 속박되는 건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내 성향을 파악하고 나니 헛웃음이 났다. 이건 완전 뭐든 다 싫다는 것 아닌가. 무역가 또한 하나의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 경로는 내가 실리를 따지면서 선택했던 게 아니다. 그저... 그때 한참 나의 관심을 끌던 것은 공정무역이었다. 고1 때 입학 면접을 볼 때 내게 큰 도움이 되어주었던 책도 공정무역에 관한 책이었고, 무역과 관련된 학생회나 동아리에 참가하여 여러 게시물도 만들었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이고, 하나는 무임금 노동착취다. 이 둘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둘 중 하나가 흐트러지면 다른 쪽은 요구를 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사람이 판단하기 때문에 정당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당연히 시급이나 임금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시간에 이 주제에 대해서 다루게 될 때, 내가 생각보다 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행평가로 신문기사를 써서 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 좋아하는 초콜릿, 팜유 함유된 대부분의 음식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인스턴트 라면 등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공정무역전문가가 꿈이 되었고, 엄마는 그런 직업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내게 돈을 벌 생각이 없는 거냐고 하셨다. 무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다양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공정무역이었다. 그 이외의 길은 내 신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곧 나는 사회에 나가야 하고, 돈이 없으면 내가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못하게 된다. 점점 느끼고 있다. 외국기업에 취직하고 싶어 져서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했다. 목표는 5개 국어였지만 지금은 2개 국어에 중국어 조금, 일본어 아주 조금밖에 하지 못하는 초짜다. 영어를 계속 갈고닦은 건 잘한 것 같다. 내가 영어에 빠져있었을 때 나의 꿈은 번역가 혹은 영상 번역가, 통 번역가, 대본 번역가 등이었다. 내가 아는 한 외국인 선생님은 짐바브웨에 사신다. 짐바브웨는 대학의 학과가 미래의 직업을 100% 좌우한다. 엔지니어 쪽을 전공했다가 나중에 회계원이 절대로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사회에 나가면 아무도 새로 공부하려고 배우려는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안 가르쳐준다고 하셨다.


무역 그 자체에 친해지기 위해서 무역 관련 책을 읽고 있다. 과거에는 수학을 너무 싫어했지만 경제수학만큼은 열심히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뼛속까지 완전한 문과였던 나는 이과와 문과가 통합된 듯한 이 학과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투덜대기 바빴다. 어느 학과나 수학은 쓰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부족한 면이 있어도 내가 잘하는 면들 또한 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은 메꾸고 잘하는 건 더 닦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절대 무언가를 포기할 만큼 많은 게 아닌 이제 시작이라는 기대를 가지려고 한다. 물론 나중에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아직은 어른이 아니니까. 꿈을 꿀 수 있는 건 성인 미만의 청소년들까지의 특권이다. 나는 점점 그 중간에 끼여있는 느낌이 들고, 내 말이 틀렸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내 진짜 꿈은 내가 예상하기론 한참 뒤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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