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다....
생활패턴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물론 머리로는 아는데 귀로 들려오는 엄마 잔소리는 랩이었고, 나의 이성은 그냥 씹던 껌이었다. 그렇게 2023년의 의지도 점점도 감흥이 없어지고 있던 중,
인생.... 대학 가면 더 바빠질 텐데 나는 동생이랑 싸우면서 과외를 하고 있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데도 엄마한테 욕을 먹고 있다. 늦잠 자다가 제대로 안 해놓은 날이 있으면 엄마는 나를 사람취급도 안 한다. 흠... 언제 독립하지. 독립과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은 엄마와의 싸움 덕분에 사라지고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돈 모아서 나가고 싶어졌다. 엄마의 꿈 또한 모든 자식의 독립과 산에서의 칩거이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내가 변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모든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죽을 맛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자리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가야 하는 까닭이었다. 하.... 잠 많은 나에겐 고역이 따로 없다.
도서관에 가서 토익공부를 하면서 어째 토익이 수능 영어보다 쉬운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에 비해 무료 다운로드하여야 하는 파일의 양이 어마어마한 것에 놀랐다. 혼자 먹는 라면은 궁상맞아 보였다. 그딴 것에 신경 쓰는 내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내가 앉은 곳 너머로 유리창이 있었고, 그 너머로 편의점 안에 커플이 보였다. 유리창을 통해 원치 않게 그들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었다.
'나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안 보인다. 혼자 먹어도 외롭지 않다... 절대..' 하..... 본의 아니게 빨리 먹고 들어가서 책을 읽었다. 흠... 책을 좀 다채롭게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나는 분명 과학분야 책을 읽기로 생각하고 자료실에 갔는데 어쩌다가 주식투자, 재테크 관련 책을 빌렸을까. 미스터리다. 홀린 듯 손이 가는 것 같다.
그렇게 엄마를 보지 않기 위해 6시까지 있다 가려했으나, 폰 배터리가 맛이 가버렸다. 이런 똥폰 같으니라고... 사실 더 심각한 건 낡아빠진 배터리였다. 배터리는 하나에 값이 만원이 넘어갔고, 컵라면과 삼각김밥 외에 디저트를 사 먹으려고 했지만 내 돈을 쓸 때는 쓸데없이 구두쇠가 되는 나였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합리화했다. '괜찮아, 원래 카페는 한 달에 한 번 가야 맛있지. 맨날 전날 먹으면 질리잖아.' 아... 벌써부터 나 변해가는 거야? 이 자본주의 세상에 찌들어가는 건가.... 알바에 지원서를 넣어놓고 동생과외를 때려치우겠다고 엄마한테 큰소리를 친 걸 후회했다.
친구는 내가 편하게 과외하는 걸 부러워했지만 나에 대한 그런 관심은 사절이었다.
엄마가 비교대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과외를 맡기고 내가 알바를 구하기 애매해질 시기에 딱 나한테 때려치우라고 하셨다. '아니... 그러면 처음부터 말씀 좀 해주시죠.... 때려치우고 알바 좀 해보게요!!' 솔직히 나는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동생에게 갈리는 것보다는 모판 나르기, 배추 100 포기 혼자 옮기기, 집안일 경력 등을 내세워서 힘들어도 몸을 굴려보고 싶었다. 물론 알바를 하면 부모님이 왜 공부해라 했는지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평생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차라리 빨리 해보고 싶다. 어차피 불안해할 바엔 그냥 사회의 쓴 맛 따위 평정하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