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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Jan 29. 2023

돈 결핍이 싫어질때

짜증나

내 통장에는 총 400만 원 정도가 들어있다. 이 돈으로 하고 싶은 것들은 정말 많다.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아이패드랑 키보드랑 애플 펜슬도 사고 싶다. 하지만 곧 기숙사에 들어가면 생활비를 내가 다 내야 하고 공과금도 내 몫이 될 것이다. 들어온 알바 일급으로 노트북 커버랑 이어폰과 이어폰 케이스를 사고, 엄마한테 오지게 혼났다. 엄마 말대로라면 나는 그냥 아무것도 사면 안된다. 엄마는 내가 돈 쓰는 것에 대해 참을성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설날 용돈을 전부 통장에 넣었고, 알바도 계속 찾고 있고, 돈 벌 궁리도 하고 있다. 긱몬에 내 재능을 싼 값에 팔고자 하였으나 사람들은 쉽게 다른 사람의 실력을 믿지 않는다.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 상장을 올려도 보았지만, 아직 내 나이엔 교사 자격증도 딸 수 없고, 토익점수는 이 세상에 기본이니 내세울 것도 안된다. 


지금 단기 알바를 찾기엔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알바를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인근에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주말마다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게 해서 돈이 얼마나 모일까. 본래 스스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나이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만 사람들은 보통 일을 구할 수 있는 나이만 되면 다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여건이 안된다는 말은 허공에 던지는 메아리일 뿐. 돈을 아끼는 게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억압받는 느낌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인생이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만 살면 다 성공이라고 그러고 자유로운 인생이라고들 말하지만, 돈이 있으면 더 할 수 있고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어느 순간 스스로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시기를 합리화로 이겨내고 눈을 더 낮춘다. 나는 지금 내 관점이 틀리길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생각과 본질에 좀 더 솔직해졌을 뿐이다. 오빠가 돈 때문에 비관적으로 변해버린 이유를 찾았다. 주변에서, 집에서 내가 말 안 해도 돈 없어서 이제 어쩌냐고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렇게 낭비하냐고 이런 소리들을 주워듣는다. 그러면 낭비하고 있지 않아도 쓰기만 해도 낭비가 되어 버리고, 모으면 그냥 당연하거나 애초에 그러지 않았던 업보가 되어버린다. 가난은 그 척도에 따라 더 힘든 것이 아니고 그냥 사람의 입장에서 가난 그 자체가 거부반응이 당연한 존재인 것이다. 


상대적이라서 더 번다고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덜 번다고 나빠지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내 자신을 볼 때, 그 모습이 타인과 비교해서 만들어진 내 경제적 수준이건 아니면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지지리 가난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든 간에 그냥 돈 없어서 기분이 나쁘면 그건 가난이라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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