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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Feb 09. 2023

감정 쓰레기통....

애매한 나날들

토익 공부를 하면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되뇌며 나름 균형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내 적금을 깨는 날이 왔다. 300은 저금하고 나머지 150으로 필요한 걸 샀더니 생활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으로 돈이 없어서 서러웠다. 결국 200만 저금하고 100을 당겨 쓰기로 했다. 앞으로 계획하는 어학연수도 내 돈으로 가야만 해서 막막했다. 그날 밤에 바로 공모전에 이곳저곳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화상영어 강사진 모집 공고도 꼼꼼히 챙겨보고 지원했다. 하지만 지원을 할 때마다 떨어지며 내 실력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펙을 쌓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고, 나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뭐든 해보려고 하는데 그것들이 스펙을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연이은 실패로 인해 토익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가 앞으로 뭘 해낼 수나 있을까 비관하고 있었다.


감정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곧 주말에 여행을 가고 금요일에 탭과 새 폰을 구하러 가니까 괜찮다고 되뇌며 기분을 업 시키고 있을 때, 엄마의 갱년기가 찾아왔다. 어제 엄마한테 말 안 하고 회식을 하러 간 아빠는 그에 대해 화풀이를 당한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많은 설거지양에 한숨이 나왔지만 도우려고 했다. 평소와 같이 하려고 하는데 너무 많아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고, 엄마는 하기 싫으면 꺼지라고 접시를 던졌다. 그래서 그대로 나와서 다시 독서실에 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고 화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나한테 그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필요가 있나 생각하며 어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엄마 상의 없이 사버려서 화난 건가 유추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안된다. 내 돈이고 곧 나는 성인이니까. 


그냥 이제는 다 지겹다. 벌써부터 아등바등거려야만 하는 게 싫은데 그게 다 하기 나름이었다고 하니까 더 살기 싫어졌다. 왜 내가 도전하기도 전에 안된다고만 말하는 건데, 왜 내가 괜찮다는데 안 괜찮다고 하는 건데, 가끔 모든 걸 엎어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내 감정대로 그냥 막살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면 분노는 가지고 살지 않을 것 같다. 화가 난다. 19살 이전에 돈을 많이 벌고 모아두는 사람도 많다는 엄마한테... 그리고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집 나가면 집이 얼마나 좋을지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집이 내게 집이 아니었다면 그저 죄책감과 분노, 우울의 공간이었다면 그럴 수 있을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외치는 공간을 허물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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