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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Feb 24. 2023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필터링 라이프

모두 나를 위한 거라는 소리를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들 중 십중팔구는 결과적으로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주로 두려움이나 공포, 부담감으로만 다가와 본전도 못 찾게 만든다. 엄마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 떡도 생기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걸 경험했기 때문에 때로는 그냥 엄마가 이끄는 대로 살기만 하면 좋은 삶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말이 내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단 사실을 알았을 땐.. 가히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웠다.  내게 피해를 주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정작 내게 소중한 이들이라면 여러분은 어쩔 것인가... 배려와 존중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필터링할 것인가. 어디까지가 날 위한 말이고 어디서부터가 내 자존감을 좀먹는 말인지 판단하고 거를 수 있는가... 그 과정으로부터 죄책감이나 우울감을 떨쳐낼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이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말이기에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싸움이 생기는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그 사람들을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로 남기고 싶어서.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들을 바꿀 수 없단 걸 결국 깨닫는다. 내가 필터링을 엄청 열심히 해서 스펀지처럼 엄마말을 잘 걸러 흡수하는 걸 실제로 볼 수 있다면 엄마는 나를 거머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필요한 것만 가져가버리고 자신에겐 좋은 거 하나 없는 자신새키. 지금 나는 그런 먹튀의 위치에 있다. 나름의 나 자신을 위한 보호막이었고, 내가 택한 방법을 후회하진 않는다. 나는 최대한 존중을 하며 하는 행위이지만 엄마가 싹수없다고 생각해도 별 수 없다. 왜냐면 거기서부터는 엄마 개인의 문제다. 이걸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정작 내가 영향을 어디서 받고 있는지,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아빠나 오빠는 한두 번 겪냐고 나한테 어리석다고 했고, 나는 한두 번 겪어도 막말은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좀 더딜 뿐이었다. 내 잣대, 내 자기 확신... 이게 제댜로 형성되어 가는지 누군가에게 검사받을 수도 없고 틀렸다고 나중에 느낄 때 뜯어고칠 자신도 없다. 그래서 주변 얘기를 곧이곧대로 흡수하기만 한 결과...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는 걸 깨닫고 때론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아를 찾기 위한 길을 떠나고 있는 중이고, 방해물들은 가차 없이 제거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인관계가 폭삭 망해버렸다. 시행착오도 좋지만 때론 결과가 감당하기 버겁다. 중간이 없는 내가 더 크게 잃는 건 당연했고 그 결과를 본 사람들은 또 내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한다. 차라리 나는 스스로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럼 적어도 의구심으로 힘들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애매하다. 그래서 100점은 없는 것이다. 절대평가처럼 내 기준에서 점점 올라가야 한다. 상대평가가 되는 순간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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