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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Feb 24. 2023

친애하는 친구에게

내게 중요했던 존재에게

-친애하는 친구에게-

벌써 너를 만난 지도 11년이 다 되어 가네. 이제는 더 이상 네 안부에 관심이 없지만 가끔 생각이 나서 너에게 편지를 써. 11년 동안 느낀 건, 한 번 흐트러진 관계는 원래 그대로 돌이킬 수는 없단 거야.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난 너를 만났고 두고두고 후회했어. 왜냐면 나는 그때가 내게 그렇게 중요한 시기인지 몰랐거든. 성격이 안 맞다고 생각했고 그런대로 서로서로 잘못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네가

나에게서 친구들을 떨어뜨리려 노력했을 때도, 하필이면 내가 말 거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하나 찾아가서 내 이미지를 바꿔 놓으려는 노력을 들일 때도, 나는 네게 중요한 존재라서 그런 줄로만 알았어. 서로 너무 안 맞다는 걸 알게 된 극단적인 나는 너와의 관계를 그냥 없었던 것으로 돌려놓고 싶어 했고 그게 역효과가 나서 너는 나를 교묘하게 괴롭혔지. 나는 덕분에 초등학생 때 네게서 세상 모든 욕을 배웠고 다른 사람에게 서슴없이 했다가 혼났지. 너는 그걸 상황 봐가면서 한다는 것까지 배우지 못하는 융통성 없는 아이 었으니 말이야. 네가 나를 화장실에 가뒀을 때도, 내 목을 졸랐을 때도 나는 그 순간까지 너에게 친구로 정말 잘 지내보고 싶다는 소리를 했지. 이상하게 너와 절교하고 나면 더 이상 친구를 사귈 수 없었어. 왜일까. 네가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도 전부 무시하려고 했어. 고작 초등학생이 한 철없는 행동이었으니 말이야. 오 학년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만났고, 나는 복수에 이를 갈고 있었어. 하지만 너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힘들어질 걸 알았기에 최대한 과거는 잊은 척했지. 다른 친구를 사귀려고 했는데 그 아이가 너에게 다가가서 더 상처주기 위해 말을 건넨 것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확신이 섰어. 너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런데 선생님은 친구들이 네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을 뿐이라고 하셨지. 내가 선생님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 결국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고 너와도 멀어졌지. 그러고는 너에 대한 험담을 2년 동안하고 다녔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너는 대놓고 앞에서 말하라고 했지만. 뒤에서 말하는 게 더 비겁하고 짜증 나는 일인 걸 알기에 그걸 이용하기로 했어. 그 사실로 내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혼났을 땐 너무 기분이 좋았어. 애초에 너는 나빠서 더 나쁘게 보여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렇게 나는 너를 거의 반 깡패로 만들어놨지. 후회하기도 했고 네가 그것도 폭력이라고 했지만 난 그만두지 않았어. 이건 네가 먼저 시작한 거라고 합리화했지. 난 너무 억울했어. 왜냐면 지금 커서 알게 된 게 그 모든 기억이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거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고 너 같은 성격의 사람들을 전부 증오하게 되어서 우리 엄마도 가끔 미워져. 이것까지 너의 잘못일까.... 친구들이 장난을 쳐도 어떤 게 선을 넘는지 구분하지 못해.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땐 나도 내가 통제가 안돼. 너를 피했던 순간들도 화가 나. 말해줘,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만 서로 피해를 안 줄 수 있었을까. 너는 정말 똑똑해서 아주 교묘했고, 나는 그런 모습이 가증스러웠어. 차라리 그냥 대놓고 했으면 나도 그 자리에서 화를 내고 공평해질 수도 있었겠지. 더 짜증 나는 건 결국엔 나도 나쁜 사람이 됐다는 거야. 그것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물론 아주 예전에 너를 용서했고 네가 금은 과거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다만 정말로 물어보고 싶었던 건.... 네가 했던 말들 중 어떤 게 거짓이고 진실이야? 처음에 내게 사과했을 때의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니? 믿기진 않겠지만 나도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너는 내게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되었어. 과거의 너를 빼놓곤 나의 지금이 설명이 안될 만큼... 그때의 너와 나는 너무 어려서 그때의 행동들은 분명히 실수인데... 그게 지워지지 않고 자꾸만 따라와... 너는 어떤지 궁금하네..

아무렴 그게 이제 와서 뭐가 중요하겠니.. 멀리서 그걸 지워내느라 고생할 너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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