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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r 02. 2023

노 웨이 아웃

어쩌다 보니 시작됨

어찌어찌 수강신청도 잘했고, 개강 첫날부터 교실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잘못된 곳에서 수업을 들어 지각했지만, 알바도 구했고, 밥 약속도 잡았다. 내 모든 불안을 삼켜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해서 부적이라도 갖고 싶었다. 오빠가 내 생일날 구해준 탄생석 팔지가 침대 아래로 떨어져 주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너무 불길했고 속상했지만 이걸 어쩌랴. 알바 교육받는 첫날에 7일 차 선배에게 지시사항을 전부 듣게 되었고, 알고 봤더니 같은 학교 동기였다. 정말 뻘쭘한 와중에 그 많은 정보를 내 머릿속에 넣으려니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지금 내 주위환경은 정말 낯설다. 게다가 난 그곳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한다. 시간표를 들여다보니, 난 본가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잘된 일인가. 그렇게 가족들이랑 부딪히기 싫어했으니 말이다. 


고등학생 때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에 대한 결핍을 메꾸고자 대학생활을 죽기 살기로 잘 살아보기로 했던 건데, 아무래도 난항이 예상된다. 대학에 가보니 실감이 났다. 아, 이제 정말 학생으로서 봐주는 아량은 끝이 났구나. 정말 정신 놓고 있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내가 이 넓은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학교가 넓어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심각한 길치인 나에겐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난 어차피 내 앞에 거대한 파도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니 내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온 게 잘한 일인 것 같다. 소재 타령에 망상 중독이니 말이다.  '융통성 제로 알바 생존기'랑 '문예창작학과 새내기양'을 이곳에 꾸준히 연재할 생각이다. 어찌 보면 일기 같은 에세이가 될 수 있겠지만 나는 있었던 일 그대로 거르지 않고 쓸 것이기 때문에 파란만장한 전개의 소설이 완성될 수도 있겠다. 


이렇게 글로라도 남기면 이 모든 것이 결국 헛된 일은 아님을 알게 된다. 정말 정말 불안하다. 남들은 대학생활이 그렇게 재밌다고 하면서 즐기는데 나는 항상 어디서 위험이 날아올까 노심초사한다. 더 좋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합리화해 봐도 내가 나이 20을 먹었다는 사실과 이제는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 무기력이 나를 좀먹었던 시간이 있었고, 모든 걸 전부 챙겨줘야 생활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나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생기기를 갈망했고, 스스로 돈도 벌고 싶었었다. 돈에 대한 강박도 생겼지만 오히려 그 강박이 과소비를 부추겼다. 힘든 시간을 딛고 잘 해낼 것이냐. 아니면 과거에 발목 잡혀 그때를 떠올리게 될 것이냐는 내게 달려있다. 잘할 수 있겠지....? 모두의 우려를 깨고 정말 잘 해내고 싶다. 나 자신이 쉽게 변하진 않아도 적어도 그게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점점 나아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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