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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r 04.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새로운 만남

각 과별로 해당 대학 건물에 들어가서 교수님을 뵙는 시간을 가졌다.  '아 놔, 하필 지금 잠이 오냐...'  스르륵,  눈이 감기는 걸 어떻게든 막으며 옆을 보니, 한 남학생도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 거 아니네 뭐.'  교수님은 조교 선생님을 소개해주었고,  그 개념은 거의 고등학생 때의 담임과 비슷했다.  새내기는 메모도 해가며 열심히 들었지만 졸음에 패배하고 말았다.  흔들흔들,  과대를 하고 싶다던 같은 동기 언니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잠 와? 그럴 수 있지."   

'뭔 그럴 수 있지야,  기분 개 나쁘네.  오티 때 교수님 보이는데 앉아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단 거잖아!!'  새내기는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냐, 이렇게 넘겨짚는 거 그만하기로 했잖아.  고마워해야 하는데 뭐 하는 거야. 나도 참.'

옆에 남학생은 눈을 다시 또롱 또 롱 하게 뜨며 자기가 언제 잤냐는 듯이 웃고 있었다.  '허...'

점점 초조해지는 새내기양.  '아, 나 버스 놓치면 터미널에서 노숙해야 하는데... 제기랄... 너무 딱 맞춰서 마치면 안 된단 말이다.  마쳐라.. 이 교수야, 빨리 좀...'  

하지만 결국에 빠듯하게 먼저 인사를 하고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하는 새내기.  "달려야 해. 놓치면 절대 안 돼."  뛰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었다.

"엇,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같은 동기 언니 었다.  새내기는 그 언니와 잠시 얘기하면서 같은 23학 변 같은 과에 다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머,  그럼 너 외고에서 15기였어?  이런 우연가 다 있네.  심지어 2학년때까지 다니다가 그만둔 것까지 같네.  나는 외고 나와서 검정고시 봤어. 너는?"

"아, 저는 전학 갔어요."   둘은 말 안 해도 그 이유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있었다.  어찌어찌 그 동기 언니와 밥 약속까지 잡은 새내기는 마음은 급했지만 한 켠으로 진한 동지애가 느껴지고

뿌듯했다.  '이건 운명이야... 왠지 대학생활이 재밌어질 것만 같네.'   접점이 엄청 많은 언니와 필시 친해지겠다고 다짐한 새내기는 겨우 겨우 터미널에 도착했다.  매표소는 다 키오스크 형태였고,  딱 하나 남은 승차권이 시간으로 인해 먼저 가버려서 망연자실하던 그때, 또 다른 승차권이 떴다. "음? 이건 배차시간표에 없는 시간인데? 뭐야, 유령 버스야?"  하지만 이거 저거 잴 때가 아니었던 새내기는 뽑아 들고 선 안내 해주는 아저씨한테 가서 물었다. "저기요, 이 버스 다섯 시에 오는 버스 맞아요? 시간표에 없던데요?"

아저씨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 그거 기다리고 있으면 온다."  

나는 인파로 인해 비좁은 곳을 헤쳐나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 바빠서 그냥 대충 얘기해 준 것 같은데, 만약 그런 거면 나만 손해 본 단 말이야. 다른 사람들한테 같은 거 타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못 하겠어."  그렇게 한참을 동동거리다가 다섯 시 버스를 우여곡절 끝에 타게 되었다.  타고난 후에도 제대로 탄 게 맞는지 아닌지 계속 헷갈리고 불안한 새내기.  그렇게 멀미로 인해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덧 도착해 있는 버스, 내렸더니... "제기랄, 비 오네."  내려서 경전철 역을 찾기 위해 또 동동거리는 새내기는 앞 전에 갔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택했다. "비 오는데 가까운 데 가야지."  그렇게 경전철을 타고 살던 지역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듯했으나, 새내기는 졸린 눈을 비비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 왜 ##역이야? 두 정거장 벌써 지나간 거야?!!"  결국 다음 역에서 내려 반대편을 타고 다시 돌아온 새내기는 체력이 바닥을 치는 듯했다. "흐엉... 집 가고 싶어."

그때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 "새내기, 너 어딨어? 빨리 와, 집에 마라탕 시켜놨어."   그러자 새내기의 눈이 커졌다. '마라탕!! 비 오는 날 잘됐다.  뭐, 길이야 몇 번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고.'

"어, 엄마, 나 다와가."   경전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가서 마라탕을 먹으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주절대는 새내기.  왠지 부모님의 안도의 한숨을 본 것만 같았다.  그렇게 누워있는데, 전화가 왔다.

새내기 : 여보세요?

사장 : 아, 네.  저희 초밥집 알바 지원하셨죠?

새내기 :  아, 네!!

사장 :  여기 그쪽 대학에서 1시간 거리인 것도 아시죠?

새내기 :  아, 네!!

사장 :  그런데 금요일 친구가 못 오게 되어서 금, 토, 일 다 하셔야 하는데 오실 수 있으세요?

새내기 :  네,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사장 :  네, 그럼 나중에 문자로 알바 교육 할 장소랑 시간 알려드릴게요.

새내기 :  감사합니다!!

새내기는 엄마한테 말했다. "나 벌써 알바 구했어.  솔직히 아르바이트하면 여기 가까운 데서 했던 물류 알바가 제일 꿀이긴 하지만 식당 알바도 해보면 경험이니까.

엄마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식당에 왜 가?  더 가까운데 많을 텐데, 너 그러면 얼마 못 가서 그만둔다."

새내기 :  내가 알바지옥 검색해 봤는데 그것도 겨우 남아서 겨우 구한 거야.

엄마 :  그래, 잘해봐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새내기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빌어먹을, 신설에 지원했는데 어째서 6인실에 들어가게 된 거냐고...'

부모님과 함께 시설을 확인한 새내기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와, 이거 사람 사는 곳 맞아?"

좌절해서 앉아있다가 엄마한테 한소리를 들은 새내기는 뭉그적 뭉그적 짐을 풀기 시작했다. 나름 청소까지 다하고 나서 부모님을 배웅해주고 있는 동안 또 잔소리를 듣는 새내기

엄마 :  야, 너 오빠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해줬어.  너네 오빠는 "이제부터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데 얼마나 신경이 안 쓰이던지.  그런데 너는 진짜 혼자서 살 수나 있겠냐?

새내기 :  엄마, 내가 기숙사 생활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나도 이제 성인인데... 잔소리 좀...

새내기가 귀가 아프다는 듯 막으며 말했다.

엄마 :  기지배야, 밥 먹고 들어가

부모님과 대학로 근처의 식당을 찾다가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고깃집을 발견한 새내기

"돌진~~!!"

식당 보는 눈은 좋았던 새내기는 고기에 라면에 소주에 맛있어서 행복했다.

부모님을 배웅하고 기숙사에 들어와 한숨을 쉬며 룸메를 기다리는 새내기

새내기 :  흠... 내일 들어오려나?

그렇게 대학교의 첫날이 지나갔다.

다음날, 알바 조기 교육을 받으러 길을 찾아 나선 새내기는 버스를 또 잘못 타고 말았다. "으앗!! 세 정거장이나 벌써 지나갔잖아!!"   

"으앗!! 반대편에서 타 버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슬하게 식당에 도착한 새내기는 현타가 왔다. "내가 뭐 하러 이 짓을 해야 하지? 식당 찾는데만 한 시간 반이... 아니야, 그래도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 수 있다는데 이 정도 감수해야지."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게 죽기보다 싫은 새내기였다.

새내기 :  안녕하세요!!

알바생 :  아,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지금 안 계셔요. 그리고 오늘 교육 담당은 제가 하게 됐습니다

새내기 :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알바생은 젊어 보였다. '몇 살일까? 동갑일까 아니면 선배일까... 왠지 우리 학교 사람일 것 같은 느낌...'

알바생 :  혹시 몇 살이세요? 저는 대학교 1학년

새내기 : 아, 동갑이네요, 학교 어디예요? 저는 **대

알바생 :  오, 같은 학교 동기네요. 저는 사회체육학과인데, 어느 학과세요?

새내기 : 저는 문예창작학과예요

알바생 :  오, 글 잘 쓰시나 보다, 저는 상상도 못 하는데 글 쓰는 거... 근데 읽는 건 좋아해요

새내기 : 아, 그렇군요...

알바생은 내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자신만의 노하우와 팁까지 알려줬다. 하지만 어쩐지 좀 어설펐다

알바생 :  하하, 사실 제가 일주일 전에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많이 느리고 좀 서툴러요

새내기 : '왠지...'

알바생은 내 앞에서 거의 허우적거리다시피 했지만 일주일이라도 경력이 쌓여서 그런지 내 눈에는 그냥 능숙해 보이기만 했다

새내기 : 이 정도면 할 만하겠는데?

하는 일은 대충 청소, 손님 접대, 주문받기, 매장에 노래 틀어놓기, 창소정리하기, 식기 정리하기, 설거지하기, 가락국수 준비, 장어 굽기, 연어 소스 준비하기 반찬 준비하기, 겉절이 만들기, 돈가스 내오기 등등이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쯤, 사장님이 왔다

사장님 :  어, 안녕, 새로 온 애구나

사장님 : 승준아, 너 얘한테 이거 가르쳐줬어?

알바생 : 아... 아니요..

사장님 : 죽을래? ㅋㅋ

알바생은 서둘러 내게 더 가르쳐주기 시작했고, 나는 멍해지기 시작했다

사장님 : 이 지역 사람이야?

새내기 : 아니요, 경상도 사람이에요

사장님 :  그럼 집에 자주 가야 하지 않아?

새내기 : 딱히 갈 일 없어요

사장님 :  그렇구나, 너 학과가..

새내기 : 문예창작과 요

사장님 : 인문예대 쪽이네.. 그럼 예술 맞지?

새내기:  뭐.. 네.. 하하

사장님 : 나도 예술은 좀 알지. 미대 나왔거든. 일 잘 모르면 다음 주에 너랑 같이 일할 사람한테 잘 물어봐. 얘는 지금 그 사람이 안 와서 너 가르쳐주곤 있는데 오전 조라서 하는 일이 좀 다르거든.

새내기 : 넵

사장과 알바생 간의 사이는 화목해 보였다. 실수를 해도 많이 화내지 않는다고 들었고, 기껏해야 사장은 서른 살 초반 같아 보였다.

'알바는 사장님 성격이 한몫한다는데 잘 됐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고 버스를 20분간 기다리면서 혼이 나가버린 새내기였다

알바생이 아까 준 인별그람 계정을 찾아 들어가서 맞팔을 했다.  딱 봐도 계정은 필요에 의해서만 하나 만들어놓은 꼴이었다.

'흠... 생각보다 잘생겼는데... 마기꾼이었어... 마스크 벗은 얼굴 봤는데 위에는 우리 오빠 닮았고, 아래는 내 전 남자 친구 닮았..'


이런 생각을 하던 새내기는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도 참, 무슨 생각하는 거야.'

기숙사에 도착하니 룸메가 와 있었다.

룸메 : 안녕, 반가워

새내기 : 나도, 반가워. 잘 지내보자

의무적인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서로 부단히도 노력한 끝에 어색하지는 않은 사이까지 만들어 놓았다.

'아... 고등학교 1학년 말에 만났던 룸메 보고 싶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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