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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r 03.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OT

  "아, 왜 하필 전라남도냐고....나는 경상도 사람인뎃!!!"  새내기가 한숨을 어디까지 내쉬며 툴툴 거렸다.  엄마는 그런 새내기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러게 통학하기 편한 곳 가고 싶었으면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결국 이것도 다 자업자득이다."  

새내기는 엄마를 째려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토익 시험이  낼 모레고,  면허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이러다 나 평생 뚜벅이로 사는 거 아냐?'

새내기는 말하는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신기한 징크스가 있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하루를 보내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뭔가가 허전한 새내기다.

!!! "미쳤다. 진짜 어떻게 그걸 까먹을 수가 있냐?!!"   새내기는 서둘러 내일 있을 오티를 준비했다.

"엄마!! 엄마!! 나 내일 오티야!! 어떡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새내기를 보며 엄마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말했다.  "아, 맞네."


부랴 부랴 짐을 다 싸고 침대에 누운 새내기는 심장이 벌떡거려서 잘 수가 없었다. '아씨, 오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왜 이래. 괜찮아. 그냥 오티일 뿐이야. 뭐 시키는 것도 아니고 뭔 긴장을 하고 난리냐고.'

그렇게 밤을 새버린 새내기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새벽에 일어났다. '그래, 일찍 일어난 김에 생전 안 해본 화장을 하고 가자!!"  진정한 화알못이었던 새내기는 황급히 뷰티 크리에이터 영상을 재생시켜서 그대로 따라했다. '와, 정말 시키는대로 하니까 훨씬 낫잖아.'  하지만 이내 씁쓸한 생각에 빠졌다. '역시 원판불변의 법칙은 거짓이 아니었어. 피부 트러블이 너무 많으니까 화장이 잘 안 먹네."  


교통편을 알아보니 고속버스 딱 한대가 장장 3-4시간을 달려 새내기를 데려다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결국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타고선 극심한 멀미를 하던 새내기는 제발 버스가 멈추길 바랬다. 버스가 멈추고 나서 막막해진 새내기었다.

"난 여기 몰라, 모른다고....하..."  결국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잡은 새내기는 대학에 도착했다.  "우와~~엄청 넓다."  (정색) "길 잃어버릴 것만 같아.'

대단한 길치였던 새내기는 바로 앞의 건물도 세 바퀴를 돌고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어, 저기 우리 학과 팻말이 보인닷!!"  안도의 한숨을 쉬던 새내기는 가다가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엇...비 온다."

투둑 투둑 투둑

'아니 이게 뭔...'

짐을 든 채로 텐트 안에 있는 선배들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하는 내기였다.  "뭘 쳐다만 보고 있어.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비는 소나기여서 그쳤지만 꿀꿀한 기분은 어디 가시지 않았다. 새내기는 같은 학과 동기들을 둘러 보았다. 그러고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선배들을 따라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지루한 학교 소개 영상이 끝나갈 쯔음,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사회자는 유튜버이자, 이 학교의 졸업생이었다.

'와, 정말 달라보인다. 세월의 흔적...흠...'

새내기는 경품에만 집중했지만 역시나 운이 없었던지라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나마 얻은 것은 유명한 유튜버의 강의를 실제로 들었다는 것과 장기자랑이랍시고 추는 춤을 찍어서

인별그람에 올렸다는 것이다.  새내기는  친구들의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큭큭 아니 얘들은 평소에는 댓글 안 달더니, 역시 이런 거에는 관심이 많군.'

그래봤자 댓글에는 대충 이런 내용 뿐이었다. "와우, 미친"

그 후에 밥을 먹고, 학과탐방을 하던 중....의문이 든 새내기...'우리 학과는 서열 꼴찌인가봐....밥도 제일 늦게 먹으러 가고, 하필 인문예술대 건물이 제일 윗층에 있질 않나, 심지어 작년에 우리 과잠이 당근이라는 소문이...'

분명 다른 학교 국제통상학과를 붙었지만 그걸 차버리고 문예창작학과에 들어온 자신이 미워질 시점이었다.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학점관리가 쉽고, 그러면 편입도 쉬울 것이라는 착각에 의해 발생한 경로였다.

학과 사람들은 거의 다 I에 E는 얼마 없었다.  너무 마음에 든 새내기는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전부 하는 생각이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두면 그게 학과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피해 주는 건 상상도 못하는 사람들...그런 사람들이 문창과 학생들이었다.

학과에서 하게 될 과제들은 평소 새내기가 즐기는 글쓰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각자의 글을 같이 읽으면서 한 명씩 조리돌림을 당하는 게 일상이라는 말을 듣고, 짜증이 난 새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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