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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r 05.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밥 약속

새내기는 오늘 무지 설렜다.  같은 동기이자 고등학교 선배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조금만 얘기를 했을 뿐이지만 우리는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내기는 항상 드는 익숙한 느낌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새내기 :  '저 언니 누가 봐도 인싸 같아 보이던데.... 내가 친해진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랑 몰려다니겠지... 아쉽다. 그래도 인맥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다행이니까 무조건 친해져야지.'

인간관계가 아직도 무서운 새내기였다.

일곱 시가 되자, 새내기는 옷을 주섬 주섬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새내기 :  자, 카톡을 확인해 볼까...

동기 언니 :  저, 새내기씨.... 미안한테 조금만 더 늦게 만날 수 있을까요?  자취방에 문제가 생겨서요...

새내기 : 아유, 그럼요

새내기는 이 참에 빨래를 하러 내려갔으나...

새내기 :  오.. 쉣... 현금이랑 카드 안 들고 내려왔다

새내기가 다니는 기숙사의 빨래방에는 빨래카드가 필요하다. 그게 있어야만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빨래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새내기는  밖으로 나가 그 언니를 만나러 나갔다.  

새내기 :  저... 신입생 언니? 어디 계신가요?

신입생 :  어, 새내기씨,  저 곧 도착하니까 편의점 안에서 따뜻하게 계세요!

새내기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고픈 배를 쥐어 잡고 군것질 거리를 찾았다

약과를 무지 좋아하는 새내기는 그 자리에서 한 줄짜리를 다 먹어버렸다.

그때, 마침 신입생 언니가 들어왔고, 그들은 그대로 대학로로 향했다.  이리저리 길을 잃으며 식당을 물색하다가 새내기는 입생 언니를 데리고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고기는 새내기가 최근에 부모님이랑 먹었었고, 마라탕은 언니가 최근에 먹었다.

신입생 :  제가 미리 계산할 테니까, 나중에 &&페이로 절반 보내주시면 돼요!!

새내기 :  네!! 그럼 나중에 들어가서 계좌 알려주세요!!

새내기 :  '키야~~ 더치페이, 역시 너무 현명한 결정이야.....'

신입생 :  말 놓고 지내자!!

새내기 :  그래, 언니!

너무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나 할 수도 있지만... 저번에 만났을 때, 서로 반말 쓰자는 언니에게 천천히 말을 놓겠다고 하고 두고두고 후회한 새내기였다.

'그래, 동기인데 반말 써도 상관없어. 그렇다고 내가 언니 대우를 안 해주는 것도 아니고, 친해지는 게 장땡이라고!!'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신입생과 어색할까 봐 걱정했지만 왠지 편한 느낌이 드는 새내기였다.

'이런 기회는 별로 없어... 이 참에 입을 턴다!!'  새내기는 관심사, 외고 때의 이야기, 학과 고른 이야기, 술에 대한 고민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신입생과 나누었다.

신입생 :  너 은근히 말 많구나!!

새내기 :  '헉! 뭐지? 그래서 뭐, 피곤하다고?'

신입생 :  그래서, 좋다고.  말 많이 없을 줄 알았거든.

새내기 :  아, 나는 어색한 사람한테는 말 별로 안 하는데, 좀 친해지면 적극적으로 변하는 스타일이어서!!

신입생 :  어, 그럼 난 안 어색하고 편하다는 거지?

새내기 :  웅웅, 흔치 않아

신입생과 새내기는 그 후에 코인 노래방에 가서 은근한 노래부심을 보였다.

새내기 :  '오, 이 언니 노래 좀 하는데? 발라드 전문인가 봐... 발라드만 부르네...'

신입생과 새내기는 서로를 위한 의무적인 칭찬 같은 칭찬을 서로 하며 나중에 같이 버스킹을 하자고 했다.  신입생은 밴드부를 들어가고 싶어 했고, 새내기는 귀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학생회조차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칵테일 바에 가서 남은 수다를 떨었다.  새내기는 칵테일을 먹어보고 싶어서 하나를 시켰고, 신입생은 맥주를 두 잔 시켰다.

새내기 :  '와, 지금까지 먹어본 주류 중에 최고잖? 음료수 맛이 나. 헤헤'

신입생 :  내기야, 너 이 정도로 취하는 건 아니지?

새내기 :  아유, 설마... 마셔보니까 도수도 별로 안 센 거 같은데

신입생 :  그래? (킁킁)  언니가 냄새 맡아보니까 이게 그렇게 약한 술은 아니야. 맛은 음료수 같아도.

새내기와 신입생은 외고 때 알았던 친구들 중 같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얘기하다가

안주인 콘소메이징 치킨을 욱여넣으며 나름 영양가 있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취를 하고 있던 신입생이 너무 부러웠던 새내기였지만, 돈이 깨질까 봐 부러워만 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  너는 용돈을 안 받고 혼자서 살아가려는 거 보니까, 책임감이 강하구나!!

새내기 :  허허... 워낙에 엄마가 스무 살 되면 아무것도 안 해줄 거라고 얘기를 해와서 별로 용돈 안 받아도 감흥이 없네...

얘기를 이어서 하다 보니 벌써 11시가 다 되어갔다.

칵테일바는 너무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았고, 인테리어가 정말 예뻤다. 조형물과 거울은 고즈넉한 조명 밑에서 빛을 발했다.

새내기 : '와... 여기 너무 좋다. 딱 여기서 시험공부하면 잘 될 것 같은데.'

새내기 :  언니, 나 과탑 한 번 해보고 싶어.  나중에 시험기간 되면 같이 카공할래?

               우리 대학 근처에 스터디 카페 한 다섯 개 넘게 본 것 같아

신입생 : 좋지, 좋지

칵테일바에는 영수증 사진기란 게 있었다. 새내기가 좀 유행을 몰라서 그런지 언니는 이게 요즘 유행이라고 알려주며 나랑 한 장 찍었다.  그 사진은 그대로 새내기의 책상 바로 위에 붙었다.  서로 개강총회 때 무조건 참여하기로 약속했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각자 들어갔다. 새내기는 다른 지역에 와서 이렇게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아본 게 처음이었다.

새내기 :  이거 기분 짱 조아!! 이래서 많이 벌어두라고 하는 거구나!!


그랬으나.... 그다음 날 알바에 지각 확정이 된 새내기


3시간 전.... 에브리타임과 여러 대학생 커뮤니티를 찾아보며 알바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려던 새내기는 이런 댓글들을 보게 되었다.


익명 1 :  아니 제발 일머리 없는 사람들은 알바 좀 하지 마세요

익명 2 : 없고 싶어서 없는 게 아니라고요. 나름 적어가면서 노력도 하는데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으로 잘 안 되는 걸 어쩌라고요

익명 3 :  아니,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상관없어요. 못해도 봐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그런데 노력도 안 하고 앞에 온 사람들이 뒤치다꺼리 다하고, 자기 몫까지 하게 만드는 작자들이 문제죠...

익명 4 :  저 아직 아르바이트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사장님이 저한테 이러이러한 막말을 했는데, 제가 이러이러한 행동을 했거든요. 나오는 게 맞겠죠?

익명 5 :  알바도 사장님 성격이 좀 중요하더라고요... 거기서 한 달 버틴 것도 장하십니다.

나오세요.


새내기 :  흠.... 그러고 보니 우리 사장님은 이거에 비하면 천사...


1시간 뒤...


새내기 :  아니, 뭐지? 분명 1시간 전에 나왔는데 왜 도착 시간이 1시간이 늘어난 거지?

줄여보기 위해 이 버스 저 버스 옮겨 다니며 타다가 결국 도착 불가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새내기 : '아, 그냥 이 정도면 알바 안 해도 될 것 같아.'

 뚜루루...

새내기 :  저... 사장님, 저 버스 배차시간이 너무 길어서 늦을 것 같아요

사장님 :  그건 네가 늦게 나온 것 같은데.... 일단 기다려 봐. 다시 전화할게


싸함을 느낀 새내기는 체념했다. '아... 잘렸구나.'


결국 알바를 못하게 된 새내기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버스비 X나 아까워...'  때마침 전화가 온 아빠에게 알바를 못하게 됐다고, 집에 내려가 방학에 왕창 벌 꺼라고 말하는 새내기였다.


새내기 : 아빠, 나 일단 학교 가까운데 알아보려는데...

아빠 :  아니, 그냥 구하지 마... 필요하면 아빠 돈 써 그냥.

새내기 :....


울적해진 새내기는 대학로에 가서 전에 봐두었던 마라탕 식당으로 들어가서 마라탕을 먹었다.  혼밥에 더 울적해진 새내기는 알바를 찾아보고 전화를 다시 돌렸다. 하지만 이내 그냥 앱에서 해주는 과외나 해볼까 싶어서 그만뒀다.  


그러고 드는 생각....'학력 표시 꼭 안 해도 되겠지..? 괜히 했다가 고객 다 떨어져 나가는 것 보다야....'  문득 학교 간판 때문에 더 울적해지는 새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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