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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r 14.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다른 장소, 같은 고민

새내기는 징크스가 있다. 항상 남들과 시기와 때가 엇갈린다는 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새내기는 남들과 꼭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남들이 성공할 때 멈춰있고, 남들이 주춤할 때 직진하는 대기만성형이라는 생각을 해오던 새내기는 언제나 남들보다 느리니까 몇 발씩 미리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새내기 : '사람들이 그러려고 한 건 아닐 텐데 전부 기만자처럼 느껴져.'

유난히 혼자의 징크스 때문에 힘든 날이 있는 새내기다.


(뚜루루루....)

새내기 :  여보세요?

삐약이 :  내기야, 오랜만이야, 나 기억나?

새내기 :  당연히 기억나지. 안 그래도 대학 기숙사 들어와서 네 생각 많이 났어.

그도 그럴 것이 삐약이는 새내기의 몇 없는 친구이자 최고의 룸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와 지낼 때 힘든 게 없던 새내기였다.

새내기 : '지금 룸메도 생계형 친해지기 스킬을 써서 편해지긴 했지만, 삐약이만큼 편하진 않긴 하지.

삐약이 :  너 대학 어디 갔다 했지?

새내기 :  '나왔다...'

새내기 :  나?**대.

삐약이 :  나는 &&대!


새내기에게는 고등학교 동창이 두 종류가 있다.

전학 가기 전 친구들, 전학 후 만난 친구들. 이 친구들은 확실히 성질도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으며 새내기의 마음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  새내기는 자신의 결정이 맞는지 항상 되뇌어 보면서 나중에 외고 때 친구들을 만나지 않기를 바랐었다.


새내기 :  '나랑 비슷했는데, 역시 명문고에 남아있을 걸 그랬나? 그러면 성적을 좀 더 높게 쳐주기라도 했을 텐데....'

하지만 후회는 절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새내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새내기 :  잘됐다. 너 영어교사 하고 싶었다며...

삐약이 :  알아, 근데 나 경상도에만 있다가 서울에 지금 3월부터 있었거든? 진짜 외로움..

나는 좀 부모님께 의존적인 사람이었거든. 물론 부모님이 사이가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닌데

막 벗어나니까 스스로 먹는 것도 해결해야 하고 그 외에도 혼자 신경 써야 할 께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 그래도 고등학생 때 마음 놓고 내 고민 털어놓은 후에 정말 맘 편하게 해주는 건 너밖에 없었거든.

새내기 : 내가 그런 면이 좀 있긴 하지.

새내기 :  근데 삐약아, 너무 걱정하지 마. 나도 똑같거든. 나도 의존적이었던 건 마찬가지니까. 솔직히 다들 이 시기에 비슷한 고민하고 사는 것 같아. 너 알바는 구했어?

삐약이 : 아니, 내가 알바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안되고...

새내기 :  나만 못 구한 줄 알았는데 다행이군....ㅎㅎ

새내기 :  너 에브리타임 봤어?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알바도 일머리 있으면 하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들 있는 거.... 근데 더 슬픈 건... 틀린 말이 없고.. 그 일머리 없는 사람 중 나도 포함이라는 거야.

삐약이 :  그래도 너는 대단하다.  부모님 손 안 벌리려고 계속 노력하잖아

새내기 :  나야 엄마가 그전부터 계속 돈 게워내라고 막 속상해하셨으니까

새내기 :  돈이 밑으로 많이 들어갔긴 했잖아.  너도 그렇고 나도.

삐약이 :  그렇지.....

새내기 :  내가 봤을 때 너 며칠 후에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지내겠네.

삐약이 :  그런가....?

새내기 :  '응, 그럴 거야.  내가 알던 시나리오는 항상 그랬거든.  항상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마음이다. 다 힘들고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그 자리에는 나만 남아있는 그런 시나리오... 나는 그게 내 성격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냥 내가 느린 거였다. 세상은 내가 따라가기 버거운 속도로 흘러가는데...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기도 죽기보다 싫다.'


새내기 : 고민 들어주고 난 후에 다들 해결됐다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정작 내 문제는 해결 안 돼있는 거 있지? 이게 내 일이 되는 것 하고 친구 일이 되는 것 하고 차이가 많이 나는가 봐.


그렇게 새내기와 삐약이는 술자리, 밥약속, 수강신청, 대학생활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털어놓으며 각자 자괴감에 빠져들지 않게 서로 응원이 되어 주었다.  나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 위안이 되는 건 없다.

새내기는 전화를 끊고 빠져나간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벌렁 드러눕는다.


새내기 :  얘기하는 건 좋은데, 얘는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새내기 :  나보다 좋은 대학 가서도 고민이 그렇게 많고 힘든 애들도 많겠지.... 그런데 얘들은 알까... 한 박자 느린 사람들의 시선에는 자신의 것보다 남의 것이 먼저 보인다는 것.


엄마는 항상 새내기보고 이기적으로 살라고 했다. 항상 죽 쒀서 개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새내기는 남에게는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정작 자신 것은 잘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남을 도와주는 직업 중 선생님이나 자원 봉사자도 해보려 했으나 인내심 부족이라는 벽에 막혔고 다른 것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새내기 :  전화해 줘서 고맙기는 한데, 자꾸 이렇게 연락을 하다 보면 내 자존감을 깔고 시작하는 느낌이야.

후회와 새로운  출발은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곧 개강총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표를 착각한 새내기는 신입생 언니에게 당황해서 전화를 했다.


새내기 :  언니!! 우리 이번 시간 같은 거 듣지 않아? 지금 어디야?

전화는 1초 간격으로 끊겼고, 왜 내 전화를 끊는지 궁금해할 때, 언니랑 마주친 새내기는

할 말이 없어졌다.

새내기 :  언니!! 지금 뭐 들으러 가?

신입생 :  어, 내기야. 나 예술 문화와 이해

새내기 :  어, 다른 거 듣네 우리.

새내기 :  '그래, 내가 착각해서 갑자기 전화하니까 당황했겠지.... 아니면 내 전번을 그날 저장 안 해놨거나...'

새내기는 순간 지식인에 왜 그럴지 물어본 자신이 창피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새내기는 눈치가 없기 때문이다.

새내기는 한 때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서 정신과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싶었었다.  병명은 나름 생각하길 공상증, 망상증, 눈치병, 등등 ㅎㅎㅎㅎ 생각해 내자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지금 보면 누가 봐도 중2병처럼 보인다.


개강총회에서 새내기는 23학번 용가리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같이 다니며 얘기를 하려 했지만 단답형 대답만 하는 데다 대화가 자꾸 끊기고 정적이 흐르는 소통이었다. 하지만 개강총회에 가서 선배들과 밥을 먹자니 그 동기조차 소중해졌다.  의미 없는 얘기를 나누며

이것저것 물으며 내기는 취하고 싶었다.


새내기 :  '정말 어색하다. 차라리 취하고 싶다.'

그렇다. 새내기는 정말 술에 환장한 사람이 아니라 그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선배 중 한 명은 앞으로 술자리가 많을 테니 조금만 마시라며 우리를 통제했다.

취하면 어색한 분위기도 사라지던데 그날따라 잘 취하지 않는 새내기는 짜증이 났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곧 자리를 바꾸는 시점이 되어서 몇몇 남자 선배들에게 교훈을 듣다가 2차에서 빠지기로 한 새내기와 용가리였다.


학과 학생회장이 학교까지 데려다 주자 새내기는 최대한 빨리 달려가서 침대에 누웠다.

새내기 :  앞으로 이런 분위기라면... 다시는 안 가고 싶다. 기 빨려~~

그러면서도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사람들의 말을 떠올려보는 새내기였다

예전처럼 술을 억지로 권하는 문화도 없어졌고, 꼰대도 없었고, 말 그대로 건전한 문화의 시대가 도래한 듯했다.  새내기와 그 위의 학번 선배들은 나이는 달라도 하는 고민은 비슷한 듯했다. 아마도 코로나 때문이겠노라 생각한 새내기는 결론적으로 믿을 건 자기 자신 하나라고 생각했다.  


새내기 :  아무리 친해도 다시 멀어질 수 있는 게 인간관계니까.... 헛바람 들이지 말자.

그러고 새내기는 다음날 톡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삐약이 :  나 어제 밥 약속 있어서 톡 확인을 못했어.  정말 재밌었던 거 있지?!!

그리고 새내기는 직감했다.  삐약이가 앞으로 한 동안은 바빠서 자신에게 연락을 안 할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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