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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r 17.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대학도 결국엔 학교였다

새내기는 지난 일주일을 회상했다. 대학 생활은 상상했던 것보다 지루했고, 새내기의 로망도 점점 식어갔다.  


새내기 :  '뭐지... 그냥 고등학교 다니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돈을 아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뜻하지 않은 지출이 많았던 새내기는 가계부를 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새내기 :  '하... 내 일억 모으기 계획은 날아가는 건가.....'


밥 약속도 친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가능한 것이었고, 개강총회든 대면식이든 술은 옵션이기에 괜히 술부심을 부렸다간 그냥 흑역사 생성하는 꼴이고, 결국에는 아싸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새내기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학과 특성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엠티까지 갈까 말까 생각하다가 글을 쓰는 소재로 쓰기 위해 결국에는 가기로 결정한 새내기.


새내기 :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 간다고 하는 것 보니까 정말 엠티는 꼭 가보고 싶은 거로구나..


다음날에 대면식이 있었다.  새내기는 개강총회때와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개강총회 때를 떠올려보자면 정말 어색함의 향연, 숨 막히는 정적의 로테이션!!

대면식은 개강총회의 곱하기 5였다.  이 말은 즉슨, 1:1이 아닌, 5:5라는 말이다.


새내기 :  '어색함이 곱하기 5!'


새내기는 용가리와 같은 조가 되어서 기뻤다.  용가리와 같이 있는다고 달라지는 점은 많이 없다.

이렇게 말수가 적은 애는 처음 봤으니까. 그래도 나름의 진전이 있었던 것일까. 용가리는 조금씩 말문을 트기 시작했고, 내적 친밀감이 싹트기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새내기였다.


새내기는 나머지 네 명의 동기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다른 선배들이 있는 강의실로 옮겨 다니며 

똑같은 얘기를 듣고, 또 들었다.  이렇게 보며 드는 생각...


새내기 :  '와, 2학년 되면 저걸 내가 하게 되는 건가.... 와 대학 선배는 극한 직업인가...?'


대놓고 앞전 선배들이 뭐 물어봤는지 물어보면서 똑같이 물어봐주는 선배들이었다.  나름 어색함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 짓거리 몇 번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싶었던 새내기는 이의 연장선으로 엠티에 가기로 했고, 그 후에 있던 문장론 강의에서 뜻하지 않게 행사 처돌이가 되었다.


문장론 교수 :  네, 여러분. 오늘은 저번에 썼던 네 줄짜리 시에 대한 감상이 있을 텐데요...

여기 제가 랜덤으로 실은 동기들의 작품을 보면서 한번 분석해 봅시다.


새내기 : '쉣? 왜 내 거가 두 번째에....'


지난 문장론 시간에 그냥 대충 쓰고 나갔던 네 줄짜리 시.... 수필을 쓸까 시를 쓸까 고민하다가 정하지 못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였던 새내기는 문득 개총 때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도 자신이 기억한 것이 아닌 용가리가 기억해서 알려준 내용이었다.


용가리 : 저... 내기야.  저번에 개총 때 선배들이 문장론 교수님이 우리가 쓴 첫 시를 끝까지 기억하고 있다가 그걸 선입견으로 가지고 계신다고 말해줬던 거 기억나?


새내기 :  '아니, 그딴 거 기억 안 나... 어색해서 멍 때리고 있었거든!!'


새내기 :  가리야...


용가리 :  응?


새내기 :  나 현장답사 안 가고 싶어.... 나.... 꽃가루 알레르기 있어!! 벚꽃 극혐해!! 완전 봄이 그렇게 좋냐 이 바보들아 주의라고!! 그냥 그때 교수님이 현장답사 얘기해서 적극 반영한 무의식적 시일뿐인데!! 으아아!!


용가리 :  내기야... 잊어버려..


새내기 :  응... 그거 알아?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엠티 때 입고 갈 원피스 샀어!!


용가리 : 힉!! 너 돈 없잖아!!


새내기 : 응!! 망했어!! 헷


용가리 :  '쟤는 어쩌려고 저러지... 저 정도의 멘털이면...'


새내기 :  '아...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ㅎㅎ'


문장론 교수는 한 명씩 말발로 거침없는 피드백을 날리면서 표정은 세상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새내기의 차례가 되자, 새내기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름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그 글로 자신의 첫인상이 결정될 것이라곤 생각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문장론 교수님 :  그래, 새내기 시는... 마찬가지로 평이하고,  여기에 이 말 반복해서 적으면 어휘력이 달리는 것처럼 보이고, 갑자기 심상이 미각에서 시각으로 바뀌면 어떡하지? A로 시작했으면

A로 끝나야지! 그리고 나중에 새내기는 현장답사 꼭 참석해라... 시에 까지 넣은 거 보면 엄청 기대하고 있구나?!!


새내기 :  아... 네...


마지막으로 문장론 교수는 모두에게 총평을 내렸다. 


문장론 교수 :  얘들아. 제발 평이한 시는 쓰지 마라. 문창과가 아니라 초등학생 백일장 나가니... 그럼 우리 과에 먹칠하는 짓이란다.


새내기 :  '반드시... 편입에 성공하고 말리라....!  토익 조지자!!'


새내기의 학과는 중간고사가 거의 없고 그 대체로 과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게 좋은 걸 수도 안 좋은 걸 수도 있지만 오늘에서야 앞이 깜깜해짐을 느낀 새내기였다.  


새내기 :  '앞이 깜깜한 이유는 교수들이 깐깐하기 때문이다....'


새내기는 이런 자신의 성격이 너무 싫었다. 계속 그 시간이 생각났다. 물론 동기들의 웃음소리까지....


새내기 :  '아니!! 대충 쓴 거란 말이야!! 교수님이 그 시로 사람 첫인상 결정할지도 몰랐고!!

 아니 그리고 처음부터 잘하면 재미없잖아? 내 모든 모습을 첫 판에 까발릴 수는 없지!! 1'


새내기 :  는... 개뿔!! 으아!!!  이불킥!!


그렇게 의기소침해진 새내기는 일요일에 내야 하는 현대시론 시 창작과제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새내기 :  어... 트라우마 생긴 것 같아... 글 쓰는 게 재밌지 않아.....


하지만 결국엔 써야 했기에 결국 지금의 심정을 담아 시를 써 내려가는 새내기였다. 

대충 의도는 남 눈치 보고 살지 않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지만....


물론 새내기는 알고 있었다.  원래부터 꿈이 문인인 사람들과 실기로 들어온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좋아한다는 점 딱 한 가지만 가지고 가려는 것..... 하지만 이는 어딘가 비슷했다.  고등학교 1학년 외고 입학을 두고, 성적은 버려도 외국어만큼은 가지고 가겠다는 새내기의 포부와 데자뷔 같았다.


편입도... 결국엔 전학이 아닌가....


새내기 :  아...과외도 시간이 맞고, 여건이 되는 사람이 없네...할 사람이 있으면 뭐해...제약이 이렇게나 많은데...하...될대로 돼라....


새내기 :  '라이프... 아이러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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