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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Apr 02.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과제하기 싫어.....

새내기는 리포트 과제 2개, 발표문 1개, 독후감 1개, 그리고 스펙반에서 내준 문법 자료가 있었다. 이걸 하루 만에 다 하기로 생각한 새내기는 그게 곧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새내기 : 이거 너무 많잖아..... 그래도 금요일 공강이고, 토, 일 있으니까 괜찮아....

새내기는 하루가 이렇게 짧은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용가리와 발표자료 준비를 같이 하다가 집어던져버리고 싶어진 새내기였다

새내기 : '대학교 재미없어. 과제에 과제에 과제..... 끝없는 과제.... 자취나 하고 싶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새내기였다. 

새내기는 술자리가 싫었다.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술자리는 재미없었고, 시끄러웠고, 어색했다. 마치 인싸들만을 위한 사치 파티 같았다.  술자리에만 참석 안 해도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소리는 개에게나 줘버리기로 한 새내기였다.

새내기 :  학식이 정말 맛없어서 그냥 컵밥 하고 라면 좀 사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많이 썼다고...?

물론 새내기는 학식을 안 먹는 자신을 사람들이 봤다면 요즘 사회 분위기에 배가 불렀다고 할 게 뻔했지만 

구관식당과 신관식당은 식단의 차별을 받았고, 신관식당을 써야 했던 새내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새내기 :  말도 안 돼. 고등학생 때 급식도 이거보단 낫겠다. 뭐지? 구관이 돈을 더 내는 건가...?


다음 주에 집에 내려오라는 엄마의 말에 식비를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하는 새내기였다.

목요일에 지원할 공모전을 산처럼 쌓아뒀지만, 지난밤 새벽까지 리포트를 쓰느라 등골이 빠지는 새내기는 

컴퓨터 앞에서 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거기다 블로그 운영까지 해보고 싶었던 새내기는 극강의 INFJ로, 일 벌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소설부터 에세이, 블로그까지 운영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심지어 빨래도 하러 가야 하는 걸 잊어버리고 밤이 될 때까지 안 가져오기도 했다. 


새내기 :  다다음주에는 MT도 있고, 발표도 있고, 테스트도 있네. 할 게 진짜 많다.


새내기는 대학생으로서 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자유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보게 되었다.  누구는 전자를 위해 모든 걸 바치기도 하고, 누구는 후자를 위해 전자를 버리기도 한다.  


새내기는 어떤 걸 선택해야 행복한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자신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 때문인지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보단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편이 더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꿈에서는 과거에 열심히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고,  모든 걸 제쳐두고 놀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물론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해지긴 하지만 안정된 걸 좋아하는 새내기는 이게 행복이라고 믿고 있다. 


아무리 요약해도 리포트의 양이 꽉 차지 않아 여러 학술 논문과 기사 자료를 끌어 모았다. 


무료해진 일상에 한숨을 쉬다가 폰을 집어든 새내기는 믿을 수 없었다.  과외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새내기 :  오,  미쳤어!! 미쳤어!!  드디어 나도 금융 치료란 걸 할 수 있는 건가? 

흔히들 직장인들이 말하는 금융치료라 할 만한 것도 없지만 새내기는 돈만 벌 수 있으면 지금으로서는 감지덕지한 상태였다.


그렇게 시범수업 날짜를 잡고 토요일이 되자, 2시간 동안 혼자서 떠들어대는 새내기였다.


새내기 :  '아.. 목 아파... 그런데 3시간에 오천 원으로 잡았는데 누가 들으면 웃겠다...'


물론 새내기는 명문대생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값이 아니면 과외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자원봉사식으로라도 해내면서 경력을 쌓고자 했지만,  엄마의 좋은 꾐에 또 넘어가고 만 새내기였다. 


엄마 :  야,  그럴 거면 때려치우고 네 동생이나 해줘.  내가 최저시급 쳐줄게.  


동생과 싸운 전적이 파다한 새내기는 하기 싫었고, 동생도 하기 싫다고 대성통곡을 했다. 


갓 중학생이 된 저 녀석은 내가 보기엔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굴복한 새내기는 

결국 승낙했고,  또다시 후회하게 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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