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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는 한숨을 쉬었다. 극강의 INFJ였던 그녀는 대학 엠티가 벌써부터 피곤했기 때문이다
새내기 : 하.... 가서 억지로 술 마셔야 하는 일은 없겠지? 설마.. 우리 학과 선배들 착하다는데
새내기는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앞머리는 평소에 없다시피 여겨서
다시 다듬고 펴 놔야 했고, 7시부터 롤을 말기 시작한 새내기는 내일 후회하고 만다.
새내기 : 오우 쉣.... 무슨 앞 머리가 가발이 따로 없잖아...
새내기 : 어, 용가리... 난데, 오늘 학과 사람들 모이는 장소 알고 있어? 모른다고?
용가리 : 사진 보면 알겠지 뭐
새내기 : 같이 가자
용가리 : 그래, 그래. 1층으로 내려와
용가리와 함께 겨우 겨우 장소를 찾아 한 숨 돌린 새내기는 급하게 아침으로 아무거나 집어 먹은 탓에 부어버린 입술을 바라보았다.
새내기 : 이건 립스틱으로 가릴 수 있지
용가리 : 내기야. 너 어디 맞은 거 같아
새내기 : 내 스타일 어때? 청양고추 먹은 사람으로 콘셉트 잡아봤어
용가리 :......
버스를 타기 전 조별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이 있어서 뼈탕을 먹고 카페를 찾은 새내기네 조
전 선배 : 우리 그럼 게임이나 해 볼까?
송 선배 : 좋지
김 선배 : 라이어 게임하자
게임을 통해 분위기는 풀어졌고, 새내기는 자신 앞에 있는 밀크티에 타피오카 펄 추가를 안 해서 짜증 날 뿐이었다.
새내기 : '아... 밀크티엔 펄인데, 제기랄.... 밤하늘에 뻘 같으니라고.'
다시 버스를 탔는데 하필 옆에 교수님이 계셨다...
새내기 : '이게 바로 사람 죽이는 어색함이란 건가....'
이럴 땐 말주변이 없는 자신이 한심해지는 새내기였다.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레크리에이션 준비를 하는 새내기네 조는 얘기를 하면 할수록 친해지고 있었다
새내기도 그걸 느끼고 있었지만 특성상 자신만 겉도는 느낌이었다. 어릴 적 엄마는 이렇게 말했었다.
엄마 : 나중에 우리 새내기 같은 애들이 피해망상 같은 거 달고 산다니까
새내기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웃은 게 아니어도, 뭐라고 한 게 아니어도 전부 자신한테만 뭐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새내기 : '생각하지 말자.'
밤이 되자, 카톡에 뜬 문자 2개
조원 1,2 : 죄송합니다. 저희는 조별과제 빠지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새내기 : '이런 #$%^&*&^%$#.'
새내기 : 조장님, 제가 그 부분 대신 할게요. 이 자료 써 주세요
새내기 : '이제 와서 발 빼는 건 뭔데... 미쳤냐고.'
그래도 웃으면서 과제를 하는 새내기였다.
밤이 되자, 꽐라가 되어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새내기 : '아... 취하고 싶다. 시끄러워서 정신 사나워.'
레크리에이션에서 1등을 한 새내기네 조는 와인을 받았다. 새내기는 그래도 기분이 좋진 않았다.
새내기 : '나만 소심하고 말 없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런 거였어. 내 옆의 애도 나랑 같은 줄 알았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참여도 잘하고 하드캐리 복병이었잖아.... 아까 엠티 백일장 당선에도 내 이름은 없고..... 아니야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졸렬해지지 말자. 그럴 수도 있지....'
나중에 팀원들끼리 만나서 술게임을 할 때도 얘기를 할 때도 새내기는 자꾸만 기시감에 빠졌다
선배들이 다 나가고 치킨을 뜯으며 동기들과의 소모임을 즐기는 새내기
새내기 : '어째서 다들 문창과라서 그런지 어휘력이 대단하네...'
훈민정음 게임하다가 문창과 맞냐는 동기의 지적에 또 기분이 안 좋아진 새내기였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건 아마 분위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던 새내기는 잠들었다.
남자건 여자건 성격이 좋은 선배들 덕에 그나마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새내기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돈가스집을 찾아 돌격했다. 물론 다른 걸 먹고 싶었지만 대학로엔 생각보다 일요일에 문을 여는 집이 없었다. 그렇게 맛있는 걸 먹으며 저무는 해가 야속할 따름인 새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