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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Apr 26.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시점을 바꾼 이유

      내가 1인칭으로 시점을 바꾼 이유는 나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편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학문이어서 이 정도인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들어왔다.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정하라고 했지만 내가 편입해서 들어갈 학과가 과연 내가 잘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그냥 지금의 고난을 피하고 싶어서 또 내가 합리화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본다. 이전에도 이런 고민을 했었다. 그 결과 전학을 했고 다시는 보내고 싶지 않은 끔찍한 나날들을 보냈다. 


   부적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어느 학과든 어느 시점에서부터 다 똑같다는 사람들의 말을 안 듣는 것도 아니다. 나도 알 만큼 안다. 

앞으로 이 학과에서 배울 것들에 대한 계획을 들으면 아직 심장이 뛴다. 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기회가 오는 건가 싶기도 하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글 쓰는 것을 천직으로 삼고 앞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드라마에 나오는 작가 준비생들처럼 등골 브레이커가 되어서 컴퓨터 앞에서 머리나 싸매고 있진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우선 다른 길로 틀고 나중에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나기로 한 길로 삼으려 한다. 지금의 나는 글은 언제든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믿음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 게 요즘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글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다. 문장부터 시작해서 문법과 흐름, 요소 등 트집 잡힐 것투성이다. 한 문장으로 사람들을 판단해 버리는 전문가들도 싫지만 결국 그게 현실이고, 모든 활동들이 글쓰기랑 연관이 있는 만큼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일상이어서 즐기지도 못한다. 기대를 하다가도 합평을 하고 나면 내 글이 초라해지고 편입을 마음먹게 된다. 이게 나 자신에 대한 습관적인 방어기제고 합리화에 의해서 오는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아직까지 나를 잘 모르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 마음에 다른 곳을 향하는데 지금 내가 하는 것들에 정을 붙이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다른 사람들이 다 안될 거라고 한 사실을 내가 직접 해보고 느끼기 전까지는 인정하기 싫었고,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한 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사실들을 내가 모르느냐, 아니다. 알고 있다.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어떻게 흘러갈지 보인다. 하지만 내가 해보지 않고 그냥 놔두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이미 정한 대로 밀어붙이지 않겠냐고 강요당하는 것도 싫고 다른 데 가서는 다를 줄 아냐고 또 나한테 뭐라 하는 말들도 싫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내게 그 말들은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맘먹었기 때문에 마음을 돌리긴 힘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직 고민하고 있다. 정해진 답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내지 않은 시험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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