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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May 09. 2023

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제2의 삶을 꿈꾸며

     학과에서 하는 행사 중 하나로, 직접 소설을 창작해 판매하는 관례가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글을 이렇게나 못 쓰구나... 하는 좌절감과 편입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단단한 동기이다. 나는 1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소설을 썼다.  주제는 나와 내 자아 사이의 갈등과 싸움, 극복이다. 제일 어려운 게 시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독자들이 몰입을 잘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글은 감정 과잉이라는 평을 받았다. 담백하게 묘사나 진술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적었던 나이기에 그렇게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걸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하는 게 가장 고역이었다. 내 합평이 시작되면 쏟아지는 피드백 폭포에 가라앉을 것만 같고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밤에 이루어지는 합평은 때로는 3시간 이상 진행되기도 해서 정말 내게서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행사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 내 글을 실어서 판다고...? 자신감이 낮아졌다. 

     2학년 때 시나리오 구성에 대해 배우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에 좀 기대 대긴 하지만 고작 그것에 내 미래를 바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솔직히 지금 배우고 있는 과목들 중에도 교양과목인 영화로 이해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가거나 재밌는 수업이 하나도 없다. 나는 내가 꾸준히 매일 글을 쓰는 것에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지금의 감을 잃지 않을 것이라 자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글쓰기에 소홀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문장론 수업이다. 문장의 완벽을 요구하는 수업으로써 맞춤법과 문맥, 유기적인 연결 등 모든 것을 다 보고 고쳐야만 하는 수업이 한 문장 한 문장을 쉽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수업을 들으면서 합평을 하면 할수록 나와 동기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까다로워지고 자동스럽게

스스로의 작품을 만드는 것도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끝난 지금, 내가 응모할 수 있는 공모전은 대부분 다 글쓰기뿐이다. 

     솔직히 기대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냥 최대한 많이 응모하면 하나는 걸리겠지 라는 마음으로 무무한 20대 도전기를 펼치는 중이다. 내가 내년에는 지금보다 글을 덜 쓰게 될지도 모르니 원 없이 배우고 쓰고 버릴 생각이다. 재능은 노력으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도 해보기 전에 판가름 난 것 만 같은 현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내가 듣는 수업들을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기회가 있을까... 대학생이 되고 나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사는 단조로운 삶 속에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돈을 모으는 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도 대학에서는 알려주는 게 아니기에 왠지 관련 학과를 찾아가거나 강좌를 개설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제일 무서운 것은 사회에 나가고 나서도 대학때와 똑같으면 기대란 것을 그만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자포자기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일을 벌이고 수습할 생각도 별로 없다. 그냥 지금이 아니면 이런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 서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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