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

빌어먹을 진로

by 칼미아

몇 번을 진로 적성 검사를 돌려봐도 적성에 맞다고 매번 나오는 '작가'라는 직업. 그래, 그래. 이제 나도 인정한다. 내 적성에 맞다는 것을. 하지만 돈도 될지 모르고 확신도 없다는 내면의 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 다음 주에 교수님 하고 면담을 할 땐 절대 편입 계획 혹은 의사에 대해 발설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른 학우들한테 편입 준비 사실을 흘렸다면 교수님을 만나서 그럴 생각 없었다고 작가는 꼭 할 거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작가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게 있어 중요한 것 영어와 글쓰기 중 영어가 내 삶에 빠져있다. 공모전으로 작가의 역량을 키우고 수업을 통해 기반을 닦아나가기로 했으니 영어는 평소에 화상영어를 열심히 하고 대외활동을 통해서 번역이든 마케팅이든 접해볼 생각이었다. 고등학생이 20살인 나를 바라보면 늦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어른들은 내가 너무 조급하다고 말한다.


늦었다의 기준점을 잡을 순 없지만 나는 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갈 것임을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학점 사냥꾼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 1도 없다. 그러면 대학에 온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 자신에 대한 연구 결과, 중간점검을 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나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며 타인의 사회적 인정을 받아야 한다. 또한 뼛속까지 문과생이다. 이건 좀 큰일이다. 관심 있는 것은 글쓰기와 외국어, 그리고 최근에 경제에 조금 관심이 갔지만 이건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 흥미 대상에서 제외될 것 같아서 평생 맛만 보고 싶은 느낌이랄까. 이끄는 걸 좋아하지 않고 중재자의 역할을 맡거나 보조해 주는 것을 잘할 자신이 있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하긴 할 건데.... 그걸로 뭔가 부족하다. 돈 또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영을 배우면 또 잘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런 미친 생각을 해보았다. 한 번 전부 다 해보는 게 어떨까.


자격증을 전부 다 따는 것이다. 물론 작가에겐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어학 관련 각종 자격증을 전부 취득한 후 마케팅부터 무역까지 경제/경영 관련 자격증도 다 딴 후에 저울질을 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것 같은데 자격증을 따는 것이기에 뭐라 할 자도 없다. 국제기구에 취직하게 되면 일이 너무 커진다. 나는 그런 큰 책임을 지고 산다면 스트레스성 암으로 요절할 것이 분명하다. 외교관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 큰 스케일을 감당하기 싫을 뿐. 맞다. 이건 합리화다.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비슷하게들 생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다. 만약 마케팅을 배우고 싶으면 그에 따라 필요한 능력들 중 하나 이상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포기하게 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메꿔볼까 싶지만 나중에 또 찾아보니 미적 감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트렌드도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등이 괴롭힌다. 미리 경험해 보고 결정하자 싶은데 망설이는 이유, 아무도 모른다. 복잡한 결정 앞에서 이러한 변명들을 이겨낼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치 없는 문창과 새내기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