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에 대해
나는 영어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영어실력은 제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가장 큰 이유는 영어실력이 출중해도 단어의 개수, 나의 경험 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동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문법'이었다. 암기를 싫어하던 나에게 문법은 영어로 더 깊게 다가가는 것을 막는 장벽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영어에 대한 흥미가 해를 거듭하며 떨어지는 것을 느끼던 중, 나는 동생에게 문법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동생 두 명 나에게 문법이라는 큰 벽을 타파할 수 있게 만들어 보기 위함이었다. 사실 나는 문법을 배웠었다. 단지 내가 싫어해서 열심히 공부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지만. TED강연 중 '리디아 마초바'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비밀'이라는 강연이 있다. 나도 여러 언어를 습득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기에 그녀의 강연을 자주 봤었다.
예시중 하나로 언어 애호가들 중 문법 차트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문법공부를 통해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왜냐하면 리디아가 강연에서 말하는 핵심은 어떻게 언어공부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모색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문법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나는 영어를 가르쳐 주는 유튜버의 문법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공부하기 시작했다. 왜 문법이 그토록 중요한지 나는 이때까지 몰랐어서 영어에 있어서 눈엣가시이기만 한 문법을 그냥 타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법을 배우는 것을 어떻게 하면 즐길 수 있을까. 이리저리 문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고 내린 결론은 문법을 잘 아는 사람은 회화와 글쓰기, 읽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문법은 그 나라 언어의 배열 순서이자 뼈대이며,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나머지 부분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12년을 재밌게 공부해 온 영어가 고작 문법 때문에 흔들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문법을 어떻게든 재밌게 공부해 보기로 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한 재미있게 말이다. 그 방법이 동생에게 과외를 해주는 것이었다. 우선 내 동생을 파악해 보자면, 머리는 좋은데 암기를 극도로 싫어하며 이해하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따라서 문법 공부를 시킬 때 일일이 복습을 시켜줘야만 하고, 독해를 하며 문법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단어 암기량도 부족했다. 그리고 보나 마나 내 동생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문법을 엄청 싫어했다. 하지만 그 언어에 대한 중요한 것들에 문법이 해당되는데 이를 배제해 놓고 어떻게 그 언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에는 쉬운 부분과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는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동생에게 과외를 해주며 되게 많은 것들을 얻었다.
일단 나는 설명을 무지 못한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건 꽤 되는데, 설명만 해주려면 뒤죽박죽이 되는 것이다. 정리가 필요했고 나는 동생과 같이 공부하며 나 또한 문법공부와 독해를 병행하기로 했다. 다만 나 같은 경우는 원서와 관련 영화를 통해 독해를 공부하고, 동생은 아예 쉬운 독해 교재를 사서 문법과 독해를 병행하기로 했다. 문법을 머릿속에 넣고 나서 다시 그 문장을 보고, 책 내용을 보았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동생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책의 저자인 '아티엔 바나나'의 '르네' 강사는 30권이 넘는 문법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녀의 책을 공부해 보니 확실히 그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진다. 일단 따라가 보기로 마음먹었고, 영어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른 언어들도 마찬가지겠지. 단어는 물론이고 문법까지 내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채워나가면 언어를 습득하는 기본 구조가 형성될 것이고 나는 흔히들 말하는 언어 유전자를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리디아가 말했다.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천재가 아니라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즐기는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힘든 고비가 찾아오면 어떻게 수월하고 재미있게 넘길지 고민하는 것이 내 새로운 삶의 모토이기에, 그 말은 내게 크게 와닿았다. 끝까지 손에 붙들고 놓지 않으리라. 매일매일 복습하고 언어를 덕질하리라. 어느샌가 늘어있는 언어 실력과 이와 연관돼서 세상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질 때, 그때 나는 비로소 더 넓은 식견과 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