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쉬운 건 없다, 그저 어려움을 밟고 일어서 쉽게 만드는 수밖에
영화 '토미리스 : 전쟁의 여신'을 보았다. 이 영화를 봄으로써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잡을 수 있게 되었다. 토미리스는 마사게타이족의 여왕으로, 바빌론의 키루스 2세를 죽인 여전사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역사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반역자들에 의해 아버지를 여의고 복수를 한 후에도 불행이 끊임없이 닥쳤던 그녀는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전사로써의 피가 흐르는 것도 한몫했겠지만 불리했던 점도 많았다. 나는 그녀의 투지를 보며 마음에 새로운 것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 죽는 비극 속에서 그녀는 주저앉기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서 정한 답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울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끊임없이 도전했다. 자신의 약한 부분들을 보완할 방법을 강구하고 뛰어난 지략으로 적을 무찔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떻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스스로가 나약하다고 느낄 때 내 자존감을 올려줄 수 있는 영화를 찾은 듯했다. 그녀라고 미래가 두렵지 않았겠는가. 자신의 군대의 2배는 족히 넘는 적을 상대한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잃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적들이 예상한 대로 비탄에 젖어 항복하기보다 맞서 싸우는 쪽을 선택한 그녀가 멋졌다. 한동안 무감정했던 내가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게 있어서 이 영화가 이토록 와닿는 것은 아마 지금의 내 심리상태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들어 성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성장은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신중한 생각이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어서도 안 되고, 자신이 정한 것은 끝을 보고 넘어지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의 말대로 내가 절실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마의 20대처럼 책임져야 할 자식들과 엄마, 남편이 있어 힘든 말들도, 힘든 일들도 참아내며 인생의 거센 파도도 넘어간다면 감정보단 이성이 더 발달할 수 있을까. 절실한 사람을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엄마의 말과 토미리스의 결의에 찬 표정이 합쳐지는 듯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여전사는 두 명이다. 한 명은 '내 엄마' 그리고 한 명은 '토미리스 여왕'이다. 나는 그녀의 투지를 배우고 싶다. 뼛속 깊숙이 세워 힘들 때마다 그녀의 정신을 내 머릿속에 새기고 싶을 정도다. 고난과 역경은 딛고 일어서라고 있는 것이지 수렁에 빠져있는 상태로 계속 있으라는 표시가 아니다. 앞으로는 인생을 전사처럼 살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의 핑계도 쓸데없는 생각도 없다. 토미리스 여왕님의 마인드로 모든 걸 이겨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