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의 말
영어 문법을 공부하면서 내가 고등학생 때 더 열심히 해놨다면 지금 다른 걸 시도할 수 있진 않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지났고 과거기에 놓아줘야 한다. 나는 혼자서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영어 문법을 배우고 있고 그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미래가 한없이 두렵지만 성공한 사람들도 미래가 두렵다고 하니, 내가 이상한 게 아님을 깨달았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요행을 바라게 된다. 결과는 얼마나 정직한지, 내가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시험은 정직했다. 정말 딱 한 만큼만 나왔다. 그 점이 좋으면서도 후회를 불러일으키길래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다. 한때는 삶이 꼭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행복을 찾는 것보다 고통을 마주했을 때 피하지 않는 것이 행복과 고통 사이의 평온함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고 있다. 미소를 짓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다 행복해 보인다. 정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상 다들 그렇지 않은 척한다는데,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은 정말 멋진 연기자들이다. 사회적 가면도 내게는 버겁다. 왜 행복하지 않은데 내가 억지로 웃어야 하지, 지금 힘든데 왜 웃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학생 때 한 친구가 힘들 때일수록 웃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때는 그 친구의 어둠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 친구는 워낙 밝고 사교성도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다. 아니, 체득했다. 행복한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뇌를 속이는 것이다. 내가 지금 괜찮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는 내 실험 중 하나이다. 언제든 웃으면서 지내보는 것, 그러면 내 뇌구조가 바뀔 수 있을지 참 궁금하다. 그다음으로 할 실험은 요가와 명상이다. 이미 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오픈 포커스 브레인 명상, 이미 검증된 것들도 실험에 넣어 보겠다. 나에게 맞는지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미라클 모닝, 성실하게 살기, 독서하기, 글쓰기, 감정일지 쓰기 등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꾸준히 시행하며 경과를 볼 것이다. 일종의 실험으로 바라보니 그렇게 힘들지 않은 것 같다. 나만의 우울증 세러피도 꾸준히 바뀌고 있다. 추가되기도 하고 몇 개는 삭제되기도 하면서 유동성이 있는 실험 중 하나에 해당한다. 어쩌면 나는 나만의 과학자 일지도 모르고 인생은 내 실험대 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니 어쩌면 인생이 좀 재미있게 다가온다. 나중에 레벨이 더 올라가면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실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대학에서 논문을 쓸 때 심리 관련한 영어논문을 낼 수 있게 될지도.
다른 사람들의 실험도 찾아보고 여러 가지 요소에 깎여도 보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제대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