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고 싶지만 하고 싶은 건 많은 나에게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그 크기가 작든 크든 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내 눈부신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하지만 미래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현재 내가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 소홀해진 것 같다. 매일 쉽게 지치면 어떡할까. 이뤄내고 싶은 건 많은데 이 몸 상태로는 HP가 너무 빨리 닳아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떠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젠 힘을 더 내보고 싶었기에 불안과 슬픔은 툭툭 털어내기로 했다. 힘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루하고 지치는 일상이어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진 내 모습을 칭찬해주며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그게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대학에 다시 진학하게 되면 동아리를 만들거나 가입하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다. 장학금도 받고 알바도 해서 돈도 모으고 싶고 복수전공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많아진 것은 기뻐할 게 분명 맞지만, 현재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아직 대학 합격 발표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선생님께 '저 한 곳은 붙을 수 있겠죠?' 하고 나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타인에게 묻고 말았다. 불안감이 또다시 엄습했고, 빨리 입시를 끝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면접이라도 봐야하는 곳이면 면접준비도 어느정도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자격증과 원서 넣는 것만 해도 하루가 금방 갈 것만 같다. 요가도 꾸준히 하고 동생 문법 과외도 하고 있으니 생활은 틀을 잡아서 하고 있지만 내가 대학에 적합한 인재인지는 흠....잘 모르겠다. 책을 읽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도 불안감부터 생겨서 대신 팝송을 듣고 컴퓨터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허기가 너무 져서 폭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선생님은 이 또한 빨리 지나간다고 하셨지만 그러시면서 약의 복용량은 줄여주시지 않았다. 아직 줄일 단계는 아니라는 거겠지.
내게 곧 닥쳐올 과업들은 수능시험, 수시원서 접수, ITQ자격증 시험이다. 하지만 나는 곧 다시 학교에 가게 될 생각에 들떠 합격도 안 한 대학에서의 생활을 또 상상하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것보다 돈을 많이 놓아야 나중에 대학원에 가야 한다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따라오는 조급함과 불안감. 현재의 관점에서는 전부 망상이다. 현재의 것을 제대로 헤쳐나가지 못하는데 미래에 어떻게 일을 도모하겠는가. 초심을 잃지 말자. 하고 싶은 것은 적어두고 나중에 하나 하나 이뤄나가자.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만 해서는 해결되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