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기 위한 좋은 선택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질수록 욕심이 많아지고 내가 바라는 이상향도 높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나를 소진시키다가 결국엔 또 멈춰 서게 될 것 같아 이번에는 너무 큰 욕심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체력이었다. 20대 초반인데 체력이 엉망이었다. 나중에 대학에 다시 가게 되면 시간이 나는 때에 1시간 이상은 운동장을 뛰기로 마음먹었고, 요가도 여건이 되면 근처에서 다니기로 했다. 전에는 운동 따위 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도 없었는데 이제는 필수인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을 때 건강을 챙겨놔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술을 먹지 않기로 했다. 이미 내 간과 위장은 많이 망가져 있을지도 모른다. 한 때 잘못해서 한 약물남용으로 인해 나중에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건강, 돈, 꿈, 대인관계 등 나는 욕심이 너무 많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께 20대 때 행복하게 사는 건 포기하고 10년 정도는 고생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하다 2학년 때 또 멈춰 서게 된다고 하셨다.
작년 1학년 때처럼 살아가면 된다고 해주셨는데 나는 그 말이 성에 차지 않았다. 나는 지난 1년간 내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대학을 너무 만만하게 봐서 그랬던 것 같다. 대학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습득하는 것부터 인간관계까지 스스로 책임지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인생에 있어서는 아직 다양하고 많은 실수를 할 나이인데 그 실수에 부담이 붙는다. 취업이랑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불안도 생겨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안과 경계가 나를 망가뜨렸다. 나는 그래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니 책임도 내가 지고, 선택도 내가 하는 대학생활, 떳떳한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졌다. 오직 취업만이 목표가 아닌 성장을 위한 변화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졌다. 하루하루가 매일 똑같아도 내밀하게 살펴보면 조금씩 다른 게 있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삶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 그림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고, 나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만들고 사람들과 지식과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들도 만들기로 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연습도 하면서 나 자신을 너무 끝까지 몰고 가지 않기로 했다. 멈춰서는 것이 더 큰 손해를 가져오니 차라리 조금 느슨하게 라도 탄탄한 고무줄이 낫다. 1년 그것도 한 번 겪어본 거라고 내 마음은 전사처럼 비장해졌다. 대학에서 안일하게 지내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도, 그리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무엇보다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하고 제대로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아프면서 치료로 보내는 시간이 마냥 아깝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답답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는데 또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쩌지 하는 예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불안과 잠시 내게 필요한 거리를 두고 다른 감정을 선택하고 싶다. 내게 필요한 시간은 맞으나 상처를 너무 받았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는다. 자퇴는 대단히 과감한 도전이다. 그 과감한 도전에 상응하는 멘탈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점점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내 감정일기와 다양한 노력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적인 힘을,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에 정면돌파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힘을 비축해 뒀다가 나눠 쓰는 스킬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만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것만도 좋은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이 바라는 바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이리 보니 내 마음은 참 까탈스러운 고객 같다. 가끔은 미워서 '아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정을 못 내릴 것 같을 데는 무작정 저질러 놓고 후회도 한다. 그래서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으면 축 늘어졌다가 나중에 또 다른 일을 시도하고의 반복이다.
난 이유 없는 '그냥'을 싫어한다. 그래서 꼭 해야 하는 일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그에 따르는 감정들을 불러오는 편이다. 발표를 하는 것은 싫지만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나는 맨 먼저 해버리는 편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진 채로 나머지 발표를 들으며 얻어갈 것을 찾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내 꿈을 위해 달려가기엔 내게 없는 무언가가 있고 내가 도망쳤던 것들이 내 앞에 괴물처럼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부족한 융통성과 대인관계, 그리고 유연한 사고였다. 남이 시키는 건 잘 해내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게 잘 안 돼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한 것들은 실수투성이었다. 이에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 와중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늪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결국 이 삶은 내 삶이기 때문에 결국 변화시키는 것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작은 변화들을 만들면서 나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지더라도 작은 것에서 행복을 얻으며 일단 인내해 보자. 그리고 너무 강박을 가지기보다는 흘러가는 강물처럼 몸을 맡기자. 단단한 나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지켜내는 게 1순위다. 그 외의 것들은 전부 그 하위에 있다. 할 수 있으니 나 자신을 믿어보자, 나는 더욱 단단하고 깎여진 돌멩이가 되었다. 이번에는 물에 어떤 파동을 일으켜볼까. 물수제비처럼 저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은 끊임없이 파도에 깎이고 깎이고 싶다. 그렇게 둥그렇고 예쁜 돌이 되어 모래사장에서 반짝이고 싶다.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몽돌이면 충분하다. 다른 몽돌과는 비슷해 보일지라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몽돌. 단단하고 소박한 내 모습이 자랑스러워진 인간의 마음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