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도리 Sep 08. 2024

불안감에 지배당하지 않아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구분

 수시원서 접수를 하루 놔두고 나는 독서실에서 내가 놓친 건 없나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수시 원서 접수를 또 한 번 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21살인 난, 고등학생 때의 기묘한 긴장감과 불안감 속에 또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이번엔 혼자라는 생각도 들고 챙겨야 할 께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원래 이렇게까지 챙길 게 많았나. 고등학생 때는 이걸 어떻게 했지.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해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불안해만 한다고 되는 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천천히 적어가면서 정리를 해보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실패를 하든 어쩌든 아무 상관이 없다. 난 두려울 건 없지만 다만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학교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저 내가 한 선택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세상에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이루어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시초라고 불리기도 하고, 기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들 또한 시작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던 걸 알 수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의 차이점은 멘탈 관리에 있다고 본다.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줄 알고 그 힘으로 끝까지 가 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난 불안할 때면 잠이 쏟아진다. 회피 반응 중 하나이기도 하고 긴장된 심장이 벌렁거릴 때면 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피하고 싶지 않았고 약과 불안에 의해 자려는 뇌를 깨우고 싶었다. 그래서 맥도널드에 또 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밥을 먹으려 한다. 독서실에서  입시 정보를 정리하고 있지만 너무 파고들 생각은 없다. 가볍게 하지만 놓치는 것은 없이 오늘 반드시 정리를 다 해서 내일 모르는 것들은 전화해서 물어보고 원서를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으며 내 인생의 일부를 꼼꼼히 챙긴 후, 나머지는 통제밖의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나는 불교에 가까운 무교지만 최근에는 아브락사스를 믿고 싶어졌다. 아브락사스는 악과 선이 공존한다고 믿었다. 실로 인간은 선한 면이 있으면서도 때론 자신의 악한 면을 부정하고자 한다. 그때 합리화가 발생한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수용하고 싶기 때문에 아브락사스를 믿고 싶고, 부처님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길을 인도해 주시는 역할까지 해주시기 때문에 믿고 싶어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종교를 믿는 것을 떠나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결론적으로 무교다. 그저 정말 힘들 때 어떤 신이라도 불러야겠다고 생각할 때 떠오르는 두 신이 부처님과 아브락사스인 것이다. 압박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리고 실패에 무뎌졌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실패해도 그 상황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자양분이라고 믿을 용기는 있다. 그 정도만큼은 성장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나는 성장하고 변화하는 삶을 살고 싶기에 조금은 단순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떨리고 무섭다. 하지만 그래도 도망치지 않으려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건 그저 20대의 성장통 중 미약한 것 하나,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 그러니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엉망진창이었던 과거를 미워할 것도 없다. 지금 현재, 나는 단단한 사람이니까.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점점 더 힘을 내며 끝까지 해볼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목매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지나친 기대와 불안은 부질없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은 죽을 때 다 가지고 갈 수도 없다. 아직 인생을 4/1밖에 살지 않았지만 사람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여유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 이렇게 불안한 상황 속에서 내 여유를 한 번 챙겨보러 떠나봐야겠다. 그러고 나서 내 것들은 챙기는 단단한 마음을 선보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