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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Sep 17. 2024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

감상문을 써보자면....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라 여러 번 본 영화 중 하나이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The Duff"라는 제목에서 Duff는 들러리 친구라는 뜻을 가지며 이미지는 뚱뚱한 초록색 괴물의 형태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엄친아인 웨슬리는 주인공인 비앙카에게 이 단어를 써서 그녀를 곤경에 빠뜨린다. 그녀는 자신이 더프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다가 결국에는 친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더프는 우리나라로 치면 "찐따"일 것이다. 나는 영화에서 모두가 누군가의 더프라고 하는 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비앙카의 말대로 우리가 비교를 시작하자면 이 세상에는 자기 자신보다 훨씬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등등 어떤 분야에서 더 뛰어난 사람들이 항상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매디슨처럼 그 사람을 깎아내리려고 하면 얼마나 피곤하고 지질한 인생인가. 비앙카는 그 점을 콕 집어내며 매디슨에게 '자기 확신'과 진정한 '자존감'이 무엇인지 알려주어 웨슬리의 마음도 얻는다.


 그리고 학교 신문부 담당 선생님도 자신이 과거 더프였다고 하면서 비앙카가 쓴 신문의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화에서 비앙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이 저마다 다 "그럼 나도 더프인데, 맞아, 나도 더프야." 이러며 자신들이 더프라는 걸 인정해 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더프라는 말은 더 이상 들러리 괴물 친구가 아닌 그저 평범하게 친구들 사이에서 지내는 친구가 되어 버린다. 즉, 그 단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더프라는 말, 찐따라는 말은 누군가 다른 누군가를 공격할 때만 부정적인 칼로 변하는 것이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학생에 불과하다. 그리고 비앙카의 친구들이 한 말처럼 누구나 특출 난 분야가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비앙카가 공부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것에 나는 부러워했는데 비앙카가 자신의 예쁜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란 결말을 예상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상처는 꽤 아플 것 같았다. 나도 비슷한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다. 처음으로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에게 "너는 좀 겉돌았잖아."라는 말을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가'하고 의심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자 나는 다른 애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사람 인가 하는 생각에 힘들었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당시 내 절친보다는 사회성이 좋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잘 섞였고 친구들과 얘기도 잘하며 특히 1:1 관계에 있어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나를 투표해 줘서 모범상도 자주 받았었다. 결국 "더프, 찐다" 그런 단어에 자기 자신이 신경을 쓰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것이다.


 내 동생이 한 말이 있다. 스스로가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믿으며 당당하게 행동하면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무언가 큰일이 학교에서 있었던 모양이었다. 동생은 자신의 가치관이 달라졌다면서 갑자기 큰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듯했다. 자기를 매번 비하하던 친구에게 당당하게 말로 한 방 먹이고서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니 친구들이 자신의 편을 들기 시작해서 결국에는 다른 친구들도 사귀고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는 소위 말하는 "찐따"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말발로 동생을 괴롭히던 아이는 동생에게 "찐따 주제에"라는 말을 많이 썼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에 그것을 신경 쓰는 것은 그 아이 자신이었고 동생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자존감을 복구한 것이다. 역시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던데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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