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명이의 다이어리(9)

우울증 극복 에세이

by 칼미아

우울증에 걸리면 침대에서 벗어나오기가 힘들다. 상담을 받으러 가면 제일 먼저 몸을 움직이라고 조언해주신다. 운동이나 악기를 배워보는 것도 많이 추천받는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하기가 싫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만의 작은 습관들로 이루어진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전에는 꼭 주변의 도움을 받고 병원에 가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며칠 뒤 상태가 조금 호전이 되야만 한다. 그렇게 되야만 그 루틴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심할 때는 일어나서 컴퓨터 전원 키기가 목표가 된 적도 있다.

가장 간단한 루틴은


일어나기 -> 이불 개기 -> 배개 털기 -> 씻기 -> 학교 갈 준비 -> 어찌저찌 7교시 까지 버티기 -> 취미활동 딱 1개 하기 -> 좋아하는 음악 플리 만들기


솔직히 여기까지 하기도 힘들때가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마인드는 나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부터 나는 작가다. 연명 작가, 일을 해볼까.' 이러면서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루틴을 만들어서 반복하다가 이제 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호전이 되면, 추가가 들어간다. 바로 새로운 도전이다. 처음에 새로운 도전은 가벼운 걸로 시작해야만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글을 써서 공모전에 낸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소설을 구상한다거나 앱을 깔아서 돈을 모은다거나 노래방 가서 100점 몇 개 달성하나 보는 것 등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도전한다. 이때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도전해야한다.

내가 그랬다. 어차피 지금은 어떤 일도 제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아,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할 단계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때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시간이라고 근거없이 믿는 마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나는 우울할 때마다 머리를 자르러 갔다. 항상 같은 미용실에 가서 숏컷을 했다. 매번 하고 나면 마음에 들었고 기분이 좋아서 어딘가 나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밖을 나가면 주변을 탐색하며 내가 쓰는 이야기에 영감을 줄 만한 조그만 것들을 찾았다. 하다못해 길가에 핀 민들레로 시를 쓴 적도 있다. 이때는 그냥 바라만보지 말고 사진가인 척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게 중요하다. 사진 하나 하나에 제목을 다는 것이다. 나는 그 민들레 사진을 이렇게 저장했다. '슬픔 속에 만난 귀요미' 좀 오글거리는 것들도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본다면 '감성 탄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음으로 할 일은 내가 겪은 일을 알리거나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해보는 것이다. 이 정도는 상당히 호전된 상태가 되어야지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관련 유튜브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의 영상에 공감하는 댓글을 달고, 힘들어하는 지식인의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며 채택도 받고, 나만 힘들게 사는 게 아니라고 인지 했을때, 마음은 치유되기 시작한다. 내가 2학년 때 우울증을 극복하고 나서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갔을 때

주제는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내 모든 걸 쏟아부었고, 후련한 발표 끝에 1등을 했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을 자칭 '초긍정 오뚜기' 라고 말하고 다녔다.


우울증을 겪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안 겪었으면 하기도 하지만, 걸렸다면...너무 자책하거나 싫어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겪어보지 못 한 것들을 경험해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극복하고 난 후에는 그 누구보다 내가 단단해진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좁아졌던 시야가 탁 풀리면서 넓어지는 경험을 하면 세상이 다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착각(?)도 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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