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항상 영어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12년을 스피킹, 라이팅, 문법, 독해 등 여러 방법으로 배워왔으니까. 외고도 갔었으니까. 화상영어를 12년을 했고, 문법 공부를 초, 중, 고 내내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항상 2%가 모자랐다. 잘 하지만 어딘가는 어설픈 학생이었다. 그 이유를 몰라서 답답해하고 학교에서의 문법 교과서는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21살이 되던 해에 나는 영어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난 항상 문법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스피킹 잘 되는데 문법 공부 왜 해야 해?' '아니, 문법 몰라도 대회 나가면 2등 안에는 드는데 굳이?' 등 아주 오만 방자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문법 실수,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언어에 대한 자신감, 어딘가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언어 쪽으로 종사하고 싶어도 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나는 과연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문법 용어에서부터 틀리는데...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잘하는 게 없는 인간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영어는 소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 두 가지, 영어, 글쓰기. 하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공부가 필요했고, 나는 내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유튜브에서 '아티앤 바나나'의 르네 선생님을 찾았다.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도서관에서 빌리게 된 영문법 집필서였다. '1달 완성 영문법'책이었는데 그냥 읽어 보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영어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자퇴를 한 김에 남는 시간을 영어에 쏟아붇기로 결심했다. 바로 유튜브에서 구독을 했고, 선생님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동생에게 문법 과외를 시키면서 동생은 효과를 못 보더라도 내 머릿속에 조금씩 넣는 데는 성공했다. 내 동생이 나에게 잘 못 가르친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하고, 문법 공부를 왜 하냐고 내 옛적 모습을 보여주기는 해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영어를 다시 배워 더 나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내가 엔구 화상영어 선생님이 되지 못한 이유, 2차 면접에서 떨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자존감 하락이었다. 영어 자체에 대한 자신감 하락이었고, 가장 힘든 부분은 문법에 대한 완성도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것이었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중간중간에 막히는 경험도 많았고 결국에는 다시 공부를 시도하려 했는데 어떤 문법 책을 봐도 토할 것만 같았다.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데 영어는 갈수록 딱딱해지는 것만 같았다. 스피킹은 되는데 영작과 문법에서 막혀 가지고 낑낑대는 격이었다. 그렇게 내 결점을 직면하고 나니 나는 대충 했던 문법을 다시 다지기로 했다. 문법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다. 주위에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스스로는 아니라고 자신감이 뚝 떨어져 있는 친구들은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영어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 것이 개인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 잘못이든 아니든 간에 나는 다시 배우고 싶어 졌고 영어를 매개로 다른 학문에도 접근해 보겠다고, 이번에는 독파를 해버려서 제대로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다시 마주하기 싫지만 결국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게 있고, 과거에서 도망쳐온 무언가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하나하나 기꺼이 받아들이고 겸허히 해내리라. 내가 초등학생 때 안 하고 도망간 ITQ 자격증을 올해 딴 것과 같이 영문법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스를 쌓아 올렸으니까 이젠 마감질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젠가처럼 더 이상 내면이 흔들릴 일은 없겠지. 언젠가는 당당히 내가 영어도 잘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도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욕심일지라도 나는 하고 싶기에 오늘도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