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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Oct 20. 2024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감상문을 써보자면...

 신간 에세이를 내고 나서 가족과 함께 포항 바다를 보러 갔다. 풍랑경보가 뜨고 밖은 폭우로 인해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2박 3일 동안 여행을 한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토요일에 나는 문득 통창으로 보이는 성난 바닷가를 바라보다가 이내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책을 내고 나면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얘기와 교수님께 꼭 연락하라는 얘기, 그냥 친구로서 건넨 말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를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요동치는 바다를 바라보다 이내 교수님께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내가 쓴 또 다른 책의 원고와 함께 말이다. 교수님이 내주셨던 방학 과제가 담겨있는, 내가 가장 큰 공을 들여 쓴 책이었다. 보내고 나서 한 동안 답장이 오지 않아서 교수님께 내가 실례를 범한 게 아닌지 또 안절부절하게 됐다. 이미 떠난 학교였지만 이기적 이게도 난 교수님의 제자로 남고 싶었다. 교수님은 장문의 카톡을 내게 보내주셨다. 응원과 위로를 포함한 장문의 카톡은 내게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책을 읽고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확고하게 해 주셨다. 멀리 있어도 언제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이 계신다는 게 든든했다. 

    이제까지 나만 모두가 내게서 마음을 돌렸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간을 카톡으로 홍보하다가 옛 인연들과 다시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게 되었고, 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그들에게 털어놓고 다시 친목을 다질 수 있었다. 마음이 한결 편했으며 모두 내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럴 거였으면... 진작 연락을 할 걸 그랬다. 나는 그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나의 예기불안은 허상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으니 눈물이 나왔다.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맞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안 좋게 바라볼 거라는 것도 다 내 가정이었고, 벽을 세운 것도 나였다. 따뜻한 카톡들의 폭격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나는 요즘 계속 읽어나가고 있는 '웃따 심리상담사'님의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라는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나와 내 상담 선생님이 서로 나눴던 대화가 다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가 상담을 받은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뜨끔하는 부분들이 나올 때마다 놀라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주 편하기만은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 결핍과 부족함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 즉, 자기 수용이 정신건강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았기에 천천히 천천히 책을 나눠서 읽었다. 받아들이는 방식도 내 방식대로, 한 번에 책을 완독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눠 읽더라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게 내 목표였고, 짧은 가족과의 여행이 끝난 후, 나는 책을 완독 했다. 그리고 내 성격에 대한 저주를 그만하게 되었다. 동생을 보며 시기심을 느낄 때도 있고, 나는 왜 오빠와 동생과 다르게 소심하게 태어났나 원망도 했다. 하지만 내 성격에 좋은 점은 나만이 찾을 수 있고, 찾고 나면 참 묵직한 보석같이 빛난다. 틀린 성격은 없다는 책의 메시지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끌어 앉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가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었다. 교수님께 카톡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피해왔던 인연들을 하나하나 마주하기로 했고, 그 첫 단계를 해냈다. 

   자격지심과 열등감과 수치심 때문에 시도도 안 하던 일이지만 막상 세상에 내 부족함을 드러내 보이고 난 후, 책을 쓰고 교수님께 원고를 보내드린 후, 나는 비로소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부족해도 지금 당장 망하거나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교수님은 내 책을 문학적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이보다 더 솔직한 자신과의 대면은 없을 거라 하시면서 말이다. 나를 배려해 주시느라 객관적인 평가를 못하신 것 아닌가라는 내면의 비판자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교수님은 전에 내 과제에 빨간색으로 코멘트를 붙여주실 때도 그렇게 응원과 용기를 주시던 분이었다. 교수님이 보내신 카톡은 교수님의 진심인 것이다. 도망친 내가 부끄러웠지만 나는 영원히 교수님의 제자로 남기로 했다. 훗날 꼭 다시 찾아뵐 것이다.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며 더 단단해진 나 자신을 데리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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