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울면서 봤던 영화
영화 소방관을 보러 갔다. 홍제동 화재 사건, 즉,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보는 내내 계속 울었다. 그러면서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아직도 소방 공무원에 대한 처우는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고, 그들에게 가야 할 예산은 다른 곳에 쓰이고 있다. 이는 순직한 분들에 대해서도 도리가 아니며, 국민들을 직접적으로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들에게도 가정이 있다. 그들에게도 선택권이 있다. 그들은 매 순간 싸우면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그 현장에서의 순간에는 망설이지 않는다. 사명감이 없다면 정말 하기 힘든 직업이 맞는 듯하다. 하루에도 소방차가 긴급으로 출동해서 엔진이 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때마다 느낌이 다를 듯하다. 현재 그들이 교도소 급식보다도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일한다는 소리를 듣고 분개했다. 화재현장에 가본 적은 없지만 영화로나마 간접경험을 하며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감히 짐작해 볼 뿐이다.
소방관에 대한 존경심이 커진 만큼 기부도 하고 싶어서 '레오 119'물품을 구입했다. 팔찌를 차고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불은 우리 삶에 있어서 필요한 존재이지만 위험한 상황을 몰고 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재양이기도 하다. 그 재앙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막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듯, 화재 진압에는 많은 변수가 따른다. 그렇기에 더 위험하고
걱정이 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불이 인간에게 주는 공포감이 어마무시하다. 극심한 충격과 외상 후 증후군을 남길 수 있다. 일반인도 심하게 겪을 수 있다는데 불이 난 곳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소방관들은 더 할 것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더욱 슬펐다. 그 당시 개선되지 않았던 복지는 물론,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겠다는 그 마음은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직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와, 더 이상 소방관들이 죽는 일이 없도록 기술이 발전했으면 좋겠으며 예산도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당연한 것이지만 세상은 가끔 당연한 일도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그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물질적 지원도 부족함이 없기를 바란다.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웰 메이드라고 할 수 있다. 연출도 좋고 음향도 탁월했다. 특히 화재현장에서 나오는 소방관들의 숨소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목숨을 지키려는 처절한 외침으로 느껴진다. 그 누구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참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소방관들에게서 배울 점은 이런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벨이 울리면, 그들은 깊은 생각보다는 무조건 사람을 살리려고 채비를 하고, 불이 난 건물로 들어간다.
우리도 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이런저런 것을 따지며 망설이지 않고 촛불을 들며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어쩌면 그들의 마음과 일맥상통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말 밖에 없다. "존경한다, 존경하고, 또 존경한다. 슬프고, 애타고, 자랑스럽다." 몇 번을 봐도 감동이고 슬픔이다. 순직하신 것에 대한 슬픔과 존경이 공존하고 현직 소방관들에 대한 걱정과 존경이 생겨나게 하는 영화이므로 모두에게 추천한다. 어쩌면 그저 지나쳤던 수많은 소방관들에게 이젠 모두가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광경도 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