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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향한 나의 외침

나만의 시국선언

by 몽도리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급격한 발전으로 이루어진 문화가 아름답게 꽃핀,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 형제가 살아가는 곳이 그저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뉴스를 보는 순간 제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계엄이 선포될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영화로만 보았을 뿐이었지만, '변호인'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고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 계엄에 대한 사실을 접했을 때는 다양한 감정이 일어 눈물이 났습니다. 황당함과 어이없음과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부모님은 한숨만 계속 쉬셨고, 병가를 내야 할 상황인데도, 일하다 갈비뼈가 부러져도 연골이 나가도 바쁜 시기라 가야 한다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을 하고, 결국 그렇게 악착같이 번 쥐꼬리만 한 월급은 전부 세금으로 나갑니다. 아빠와 함께 시위에 나가던 날, 저는 우리 가족만 분노를 느끼고 있음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에는 국회의원의 의무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청렴의 의무가 있고,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그 양심이 얼마나 얕고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파악했고, 누가 국가를 위하고 누가 국가를 버렸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5.18 글쓰기 대회에 참여도 했었고, 여순사건에 대한 관심도 많아 관련 대회에도 참여했었습니다. 대학 교수님들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사건들을 과제로 내주시면서 관련 문학에 대한 발표를 시키셨습니다. 발표를 할 때는 너무 많은 양에 투덜거렸지만 이제는 왜 우리가 이런 것들에, 세상 돌아가는 것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열심히 지키려고 하는데 아직도 저희 대한민국에는 내란 수괴를 옹호하고 당연한 것들을 뒤집어엎으려는 반역자들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쪽팔려서 이민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간다면 어디에도 낙원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 제 고향, 제가 살면서 만났던 마음 따뜻했고 올바른 어른들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제 초, 중, 고 스승들은 전부 저희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그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나라를 위해 뭐든 하고 싶습니다. 좋은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더 이상 마음 다치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까지 이루어낸 우리나라의 성과들, 피, 땀, 눈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를 하룻밤 만에 무너뜨리려 했던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사과도 받아줄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국민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청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어린 사람들이라 해도 무엇이 옳은지는 구별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가를 가야 하는데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길래 속이 아프다고 하고 뛰쳐나와 시위를 찾아다녔습니다. 가만히 있기 싫었습니다. 속이 뒤집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일에 대해 한 국민으로서 바로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이 느껴져 그 감정이 폭발할 것만 같았습니다. 뛰쳐나가 촛불을 잡고 달렸습니다. 이미 한 번 나간 시위였지만 또 나가야만 한다고, 지금 당장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 대학을 가는 저는 올바른 역사와 법치주의, 민주주의가 확립된 민주공화국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알던 나라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게 대한민국이고, 경찰이 되고 싶어 했던 저희 오빠의 꿈이 자리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앞으로도 시위에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관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행사하겠습니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좋은 미래를 꿈꾸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바라오니, 조상신이 계시다면 우리나라의 근본을 지켜주시고, 현재 국민들의 노고를 헤아려 주시옵소서. 저희 또한 그대들의 역사를 잊지 않았으니. 무너지지 않게, 벌을 받을 사람들이 합당한 벌을 받게 해 주시고, 정의를 외치는 한 명 한 명에게 행복을 주세요. 뭘 해달라고 빌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지켜봐 주십시오. 촛불의 위대함이 얼마나 넓게 퍼져 나가는지 봐주시고, 그 정성에 감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국민을 저버린 자들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행복한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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