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떠오르는 과거
이제는 재수, 편입, 전과 등 떠나기보단 정착해서 마무리를 제대로 지어보려 한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편입으로 인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2학년까지 높은 학점을 유지하면서 생긴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과 학교에 대한 애정이었다. 학과 사람들과 교수님들이 너무 좋았던 탓이다. 무엇보다 소속감이 좋았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게 외로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인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리라. 어떤 대학에 소속되었는지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과외도 성장할 것이다.
과외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하며 방학 때 시도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갈 것이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관건은 2학년부터다. 항상 난 고등학생 때부터 2학년에서 발목이 걸려 넘어졌다. 욕심이 없으면 후회도, 아픔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장도 없고 미래도 없다. 주변에서는 어느 선에서 스스로와 잘 타협해 나가는 게 방법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과외를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도전이고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기로 정하면 할 수 있는 게 사람 그 자체니까.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대학은 인생에 있어서 어마무지하게 중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꽤 중요하고, 인생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다. 나는 이것에 힘들어하면서도 납득하는 모순 덩어리가 된 듯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오빠도 취업을 하더니 돌연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가겠다고 준비 중이다. 엄마가 한 말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오빠가 하고 있다. 어쩌면 엄마 말은 그저 현실 그 자체였을까. 몇 번이나 편입이나 재수를 더 해야 성에 찰 수 있을까.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다.
그러니 이젠 그만하자, 내 위치에서 과외로 성공해 보자. 온라인 과외도, 오프라인 과외도, 그리고 스피킹 과외도 다 해 볼 생각이다. 이번엔 그 무엇에도 핑계 대지 않고 나아가야만 한다. 이 불안감을, 설렘의 연장선으로 삼고 싶다. 재작년에는 편입 준비로 인한 이상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퇴를 하면서 친구들과 멀어지는 게 싫었고, 떠난 곳의 사람들과 계속해서 잘 지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 고민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자퇴 후 결국 소수의 친구들은 내 곁에 남았고, 몇몇과는 영영 헤어졌다. 과거를 생각하면 나아갈 수도 없고, 주변을 바라보면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맞다. 하지만 직진만 하면 앞으로 고꾸라진다. 적절한 방향감각을 찾아나가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일과 그중 하나일 과외를 위해. 변하고 성장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과외에 대해 열심히 자료조사를 하고 공부를 한다. 개인 사업자가 되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또 겁을 먹었을 뿐. 시작은 작아도 끝은 창대하길 바라는 대기만성형 몽돌은 오늘도 현실에 조금 깎였지만, 더 둥글어져 어느 순간 더 이상 깎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둥근 모서리가 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