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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에 따르는 것

본격적인 시작 전의 첫 장애물

by 몽도리

부모님은 내가 좋은 대학 가는 것도 아니면서 과외라는 레드오션에 발을 담그는 걸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은 접고 다른 몸으로 하는 알바나 찾으라고 하신다. 여기서 엄마가 말하는 좋은 대학은 명문대다. 현실적인 얘기라고 덧붙이면서... 하지만 그렇게 현실을 하나하나 따지자면...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맞다. 나는 명문대생이 아니다. 과외를 하게 되면 그들에게 밀리게 되겠지. 학벌이 중요한 건 이 사회에선 확실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알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데 그저 응원을 받을 순 없는 걸까. 남이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면 그래도 해보겠다고 하겠지만 가족이 내 주제에 무슨 과외냐는 식의 얘기를 꺼내면 억장이 무너진다.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하며 학사정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나는 오늘도 한껏 짜증을 부리며 엄마로부터 도망쳐 카페로 향했다. 레드오션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해 셀프 브랜딩과 관련하여 마케팅 및 경제서적도 찾아보고 계속해서 과외 그 자체를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부족한 건 흥미 유발 및 학습동기 제공이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집중시킬 수 있는 말발이 내겐 없다.

난 말하는 것보단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걸 믿고 노력 중인데 부모님의 말에 흔들리는 건 뼈 아픈 사실 때문이고,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

이미 전업작가는 포기하고 문창과를 나온 전적이 있지만 이 이상 현실과 타협 못 한다. 분명 나에게도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이 바닥에서 오래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타인의 수업을 들으며 학생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상대의 디테일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내가 화상영어를 13년 가까이하면서 많은 외국인 선생님들을 만났고 각자 다른 수업 방식을 이미 접했다. 어떤 수업이 좋았는지 떠올려 보자.

학교 강의도 마찬가지다. 좋다. 학교 강의를 열심히 들을 이유가 생겼다. 나도 안다, 학벌로 인해 앞으로 내가 받을 차별과 어려움과 후회를. 그렇다고 지방대생인 걸 부끄럽게 생각하진 않는다.

대학 자체는 내 자존감을 낮추기엔 택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현재 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열심히 연구하고 싶을 뿐이다. 시작도 전에 포기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도 도전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카톡에 담아 아빠에게 보냈다.

아빠는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주는 입장일까.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믿는 것.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말고 굳게 나아가 해내는 모습을 언젠간 꼭 보여드리고 싶다. 과외는 쉽지 않다. 최근에 한 중학생을 가르쳤는데 3주 만에 과외가 끝나 버렸다. 원인은 서로 바빠서였는데 실은 그 아이 자체가 영어에 흥미도 없고 부모님 등쌀에 과외를 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난감했지만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흥미 유발 및 공부 동기를 만들어주는 부분은 강사가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교재 레벨도 낮추고 읽기 교재도 병행했다. 학생이 힘들어할 때는 학부모께 비밀로 하고 가끔 쉬게도 해주었다. 근데 결과는 아쉬웠다. 어려웠다. 이렇게 단기간에 끝난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끝까지 가는 꼴을 못 봤다고 뭐라 하였다.

물론 내가 직접 말한 게 아니고 캐묻기에 대답한 것뿐이다. 근데 난 성인인데 왜 다 대답해줘야 하는지 궁금하다. 돈은 벌었지만 씁쓸했다. 더 노력하고 싶고 오기가 생겼다. 지방대생 만의 장점을 살린 과외를 브랜딩 해서 꼭 성공하고야 말 것이라는 포부가 생겼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못 할 거라고 할수록 더 노력하고 싶어 지니까 말이다. 쉽게 포기하지 말자. 내 도전에 대한 대가와 결과를 한 번 고스란히 짊어져 보자. 더 이상 울지 않는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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