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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찾게 된 계기

방향을 잡게 된 후의 설렘

by 몽도리

21살은 나의 터닝 포인트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바뀐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내가 사진을 많이 찍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 풍경을 찍는 건 좋아했지만 스스로 꾸미고 나서 나 자신을 찍는 건 극도로 싫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존재를 눈으로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여행 중에 내 모습이 많이 담기기 시작했다. 국내의 여러 곳을 가족들과 동생과 친구와 그리고 스스로 다니면서 나는 그저 다니는 것만 해도 스스로 즐거워하고 새로운 걸 알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도착해서는 각각의 장소에서 샀던 것, 받은 것, 찍은 사진 등 온갖 기념품과 사진을 파일에 정리하며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행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말이다. 여행을 다니는 순간만큼은 온갖 잡생각과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돌아와서 나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초등학생 때 나는 엄마와 함께 서유럽 여행을 떠났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를 5박 6일 동안 다녀왔었는데 정말 좋았다. 그 좋은 추억은 사진에만 남은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항상 화상영어 수업을 할 때마다 내가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일이었으며 내가 우울해지면 어디든 데리고 가려는 아빠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인스타그램도 시작하게 되고, 나의 일상을 공유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세상에 손을 뻗는 일을 하고 싶었고, 타인에게 위안과 위로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우울증을 극복하게 도와준 것 중 하나로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을 목차로 넣었었다. 솔직히 요즘은 비행기 사고가 너무 많이 나 멀리 가는 게 두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찾은 내 꿈인 '관광통역안내사'를 시작도 전에 포기할 순 없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안내를 하고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외국어로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안내하면서 관광객들의 일정 전반에 관한 편의와 도움을 제공하는 일이다. (출처 : 잡코리아) 공항도 좋아하고 외국인과 항상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내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한 덕에 하게 된다면 직업 만족도도 최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걱정되는 건 체력과 방향감각이다. 내겐 없는 것인데 앞으로 기르려 한다. 우리가 직업을 정할 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다 맞는 직업을 말이다. 그 직업에 대해서 각자 장점도 있을 것이고 단점도 있을 것이다. 장점은 살리면 되고 단점은 보완하면 된다. 여러 가지 안 되는 이유를 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레이스 한센이 그랬다. 인생이 끝날까 두려워하지 말라고, 우리의 인생이 시작조차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두려워하라고 말이다.

일정 짜는 것도 체력도 안내도 그리 자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한 번 배워보기로 했고,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 문제집을 바로 구매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좋아하는 영어를 더 강화하고 다양한 언어를 독학하고 싶어 스페인공부를 막 시작한 난 이 모든 과정들이 순간 운명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아니라고 그렇게나 부정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적합할 것 같다고 하는 직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신기하다. 내가 스스로에게서 볼 수 없는 다른 점이 타인의 눈에는 보이는 듯하다. 전혀 맞지 않고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1년 동안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덕에, 나는 오히려 내가 관광통역안내사에 적합한 자질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직업에 대한 흥미가 다분했다. 어렸을 때 엄마의 친구분이 내게 원서 그림책을 주시며 베니스 여행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셨다. 그 책을 아직까지도 보물처럼 지키고 있다. 중학교는 행복학교를 다녔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항상 설레했다. 계획을 짜고 발표하는 것까지 다 좋아했었다. 물론 그때는 정말 서툴렀지만 말이다. 특히 우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탐구하는 것과 사회적 경제, 공정무역이라는 키워드에 푹 빠져 고등학생 때는 공정무역전문가가 되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엄마는 외교관 아니면 가이드를 하라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말했지만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1년 동안 글쓰기에 대한 환상과 문학에 빠져 살았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중 하나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글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겐 행복이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자기 확신이 너무 없었다. 이제는 자기 확신이 어느 정도 생기고 현실을 바라보되, 나의 이상을 포기하지도 않는 밸런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할 줄 안다. 정하고 나니 설레기 시작했다.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도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붙었다. 뭐든 처음과 시작은 있기 마련이니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스스로에게 딱지가 앉게 말하고 글로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마음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중간에 벽을 만나도 바로 일어나 걸어 나갈 수 있게. 세상 온 곳을 누비며 글감에 대한 영감을 모으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일 것 같다. 벽에 부딪히기 전에는 밝은 면을 우선 바라보려 한다. 관광사업에 이바지해 외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가 되는 게 최종적인 꿈이다. 작가로서는 여행작가와 소설가가 될 것 같다. 우연히 집에 있던 커다란 앨범에서 어릴 적 사진들을 찾았다.

내가 봐도 너무 귀여운 사진들이었다. 모든 꿈은 결국 그 귀여운 아이의 마음속에 깃들여져 있었다. 점점 크면서 외면했던 추억과 사실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비로소 스스로 원하는 것을 깨닫고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책상 바로 앞 쪽 벽에 붙어져 있는 어릴 적의 나는 정말 환하고 귀엽게 웃고 있었다. 마치 그 순수함을 절대 잃지 마라고 전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코스모스 밭 속에 들어가 브이를 하고 서 있는 작은 꼬마 아가씨가 그 당시 엄마의 친구로부터 받았던 영어 원서책을 공개한다. 도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 사실 자체가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 일인지 깨달아서 기쁘다. 내가 스스로를 아낄 이유를 하나 더 찾아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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