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어와 영어 관련 지식의 차이

내게 부족한 건 어느 쪽일까

by 몽도리

영어 실력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지만 아직 내가 모르는 영어 단어들도 많고 내가 모르는 지식도 많다. 영어와 영어 관련 지식은 차이가 있다. 영어실력에 회화, 글쓰기, 이해, 작문이 들어간다 하면 그것들의 내용이 되는 콘텐츠에는 지식이 들어간다. 그 지식은 영어로 된 지식 혹은 세상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다. 영어는 알아듣는데 지식이 부족해서 한국어로 번역이 돼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가끔 내가 영어공부보다는 독서를 더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영어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은 문법이 될 수도 있고, 영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와 관련된 역사는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요즘 영미문학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문학작품에 대한 지식이다. 영어 그 자체와 영어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문학 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생애, 그 작가가 살았던 문화권, 작품에 반영된 문화, 종교에 대한 이야기 그 작품이 왜 당대를 대표하는지 등, 문학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저 내용을 파악하는 것 그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울 때 너무 난해하고 힘들더라도 조금이라도 잘 이해하기 위해 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타인을 가르칠 때, 대부분 나의 화상영어 선생님들께 가르치는 것 자체에 대해 여쭤보면 선생님들도 모든 걸 다 알 순 없기 때문에 'fake it till you make it(잘 될 때까지는 아는 척하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를 시전 하거나 끊임없이 공부를 이어나가거나 학생에게서 오히려 배우는 자세를 가지려 한다고 하신다. 좋은 자세인 것 같아서 배우기로 했다. 대학에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 중 하나가 이것이다. 영어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여기서 지식은 skill과 관련된 것보다는 영어의 배경, 영어에 대한 역사, 그리고 일반 상식을 포함한 교양과 지식이다. 사람들은 교양보단 전공을 우선시하지만 나는 교양도 전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더 많을 걸 알수록 할 얘기가 많아지고 학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한편으로는 조급해지기도 한다. 교수님들은 대학 4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4년 안에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방대한 양의 지식을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에.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영어 그 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을 배워나가는 게 꼭 필요하다. 마치 수능 비문학 지문을 잘 풀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인 것처럼. 내게 부족한 것은 영어 그 자체보다 그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삶에 대한 지식, 지혜였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그 시간과 함께 움직이며 채워 넣는 input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순수한 그 왜?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대학에서는 답이 존재하는 것보다는 답이 없고 스스로 생각해 낸 답을 가공해서 나만의 답을 만드는 게 대부분이라는 걸 알고는 당황스러웠다. 더 어린 사람들에게는 정해진 답을 공부하게 해 놓고는 대학생이 되면 다 알아서 하라는 느낌이다.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도 내가 선택해야 하고 교수나 선생님의 말씀을 수용하는 범위도 알아서 정해야 한다. 지식의 습득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에 중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내용을 파악해서 선택적 수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기 위한 방법도 내가 고안해야겠지.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교사가 꿈이 아니고, 우리 학과에서 한 명 뽑는 교직을 이수할 생각도 없다. 그저 등록금 내고 수업을 듣는데 뭔가라도 건지고 싶을 뿐이다. 그 건져낸 것들을 내가 가공해서 타인에게 나눔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을 다니는 이상 나보다 더 빨리 취직을 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동안에 나 또한 대학에서 무언가를 얻어가고 싶다. 사회에 나가서 마주하는 것들과 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어 그 자체에 대한 탐구인 '언어학개론', 영어문학의 전반적인 것을 알 수 있는 '영미문학개론' 현재 내가 듣고 있는 강의들이다. 열심히 배우면, 아니,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면 영어 그 자체의 실력과 영어에 대한 지식까지 습득해서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4년 동안 날 괴롭힐 것 같고 내 성장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화 수업을 통해 얻은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