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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보고 나서...

by 몽도리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통해 미리 내용을 맛보려 했지만 궁금해서 바로 영화를 결제해 버렸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안 보고 있다가 드디어 끝까지 봤는데 정말 큰 삶의 메시지를 전해준 영화였다. 주인공 앤드리아는 그저 기자가 되고 싶어 패션 잡지 출판사 면접을 보게 되는데 그곳은 기자를 뽑는 것이 아닌 '미란다'의 비서를 뽑는 자리였다. 미란다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패션계에서는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었다. 물론 주인공은 그녀를 잘 몰랐지만 같이 일하면서 점점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재밌었다. 처음에는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점 동화되면 스스로를 잃어가는 앤드리아가 안타까웠다. 일에 치여 사는 인턴의 모습도 보면서 만국공통 직장생활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도 어느 정도는 이런 사회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이런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란다는 까다롭지만 다들 동경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순 없다.

일을 최우선시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 결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게 연인과의 관계건 친구든 가족이든 말이다. 사람이 바빠지면 일에 열중하느라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지고 자신과 일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게 워커홀릭, 또는 일중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점점 미란다와의 합에 익숙해진 앤드리아는 원래 친했던 친구들과 공감대, 생활 등에서 큰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문득 나와 자주 대화를 나누던 '바다 언니(마음이 넓어서 이렇게 부른다)'가 떠올랐다. 30살이 다 되어가는 내 친구이자 갓 취직한 그 언니는 서른 살이 되니 친구가 없어져서 외롭다고 했다. 스무 살 중반 즉, 취준생 때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서른 대에는 있던 친구도 멀리 떨어져 대화를 나누기에도 여의치 않고 너무 외롭다고 하며 인간관계 또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하며 나름 지금 열심히 인맥 부분에 있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말이 있지 않는가. '만남은 우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 이 말이 한 치 틀린 말이 없다. 아무리 친해도 너무 멀리에 있으면 사이도 멀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고 시간을 내지 않으면 잃게 되는 것 또한 인관관계다.

나는 아직 그리 삶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도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점점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앤드리아가 자신이 원하는 삶은 미란다가 추구하는 삶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미란다 또한 다른 삶을 지향하는 앤드리아를 존중해 주는 결말이 너무 훈훈했다. 모두가 바라는 삶을 산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저 나답게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게 그리 큰 것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착각해서 무엇이든 성취하려고 엄청 애를 쓰다가 번아웃을 맞이한다. 나도 그 느낌을 안다. 하지만 그 또한 미란다처럼 추구하는 가치라면, 그 또한 행복한 삶인 것이다. 그런 성취를 지향하는 사람에 한해서 말이다. 그 부분을 이해하면 타인을 존중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성취지향적인 사람, 나 다움을 추구하는 사람, 모두 자신만의 정답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걸 서로 이해하게 된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여유가 생긴다. 마찰도 줄어들고 말이다. 앤드리아가 미란다의 비서가 되어 그런 성취지향적인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자신이 진짜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건 그렇게 바쁘게 '나 다움'을 희생하며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경험을 미란다는 인정해 주며, 마지막에 잠수 타며 사직서 없이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일을 잘한다고 써준 부분에서 미란다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케미, 그리고 서로의 영향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어쩌면 이래서 우리는 타인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 안에서 변하는 무언가를 위해 도전해 보며 협력해 보자. 그리고 세상 모든 직장인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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