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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

좋은 선생님...그거 한 번 해보고 싶어

by 몽도리

'AI 활용영어'라는 강의를 듣던 중, 내 이목을 끄는 본문하나를 발견했다. 출처 : Longman Academic Reading Series - A Teacher's Lasting Impression. 여기 나오는 선생님 Mrs. Monell 은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비전통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업을 경험하게 해 주신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도 고안하고 아이들이 사고를 쳐도 혼내고 다그치지 않는다. 엄청난 평정심을 유지하는 이 선생님은 본문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나에게는 고수처럼 느껴졌다. 교육계에 종사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과외를 하기 시작하면 이미 발을 담근 거나 다름없으려나. 이 본문을 읽으며 교수님의 추가 설명을 들으니 내가 항상 고민하던 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했다.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선생님인가.'

아무리 과외가 돈을 벌기 위해 가르치는 행위라고 해도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찾는 학생들과 학부모도 많을 것이다. 항상 과외하는 법에 대한 e-book을 내는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으니 과외부터 해야 한다. 나는 아직 발가락도 담가보지 않은 상태다. 이번 주에 김과외 제안서와 소개서를 마무리 짓고 빠르면 이번 여름방학, 느리면 2학기 때부터라도 과외를 해볼 생각이다. 내가 과외를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기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경험 중 하나였다.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지방대생에 처음이라고 과외로 돈을 못 벌 거라고 말한다. 어서 알바나 구하라고. 하지만 나 또한 돈 버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면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알바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스터디를 여러 개 만들어 친구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아는 걸 가르쳐주면서 재미를 느꼈다. 물론 서툴고 제대로 전달 못 했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만 내 식으로 가장 이해되기 쉬운 설명은 무엇일지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 본문에서 학생들의 기억에 남은 이 선생님은 학생들의 기억 속에 이름도 남고, 존중도 남았다. 평정심이 대단한 모넬 선생님은 답을 바로 알려주며 지식을 꾸겨넣는 게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하기 위해 숨바꼭질과도 같은 교육을 한다. 무슨 뜻이냐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답을 찾기 위한 길을 학생들이 스스로 찾는 과정 중에 선생님은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하며 학생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유도한다. 그러면 그 학생들은 선생님을 찾아가는 길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답을 찾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본문에서 훌륭한 선생님은 항상 '안 보이는'학생들을 창의적인 발견으로 이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게 학생들을 사랑하고 창의적이며 열정적인 선생님을 본 적이 없다고 하는 대목에서 어릴 적 봤던 영어 DVD가 떠올랐다. 그건 Magic School Bus라는 시리즈로, 과학에 대한 지식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 시리즈에 나오는 Mrs. Frizzle은 마법 스쿨버스를 소유하고 있다. 마법적 능력이 있는 선생님은 자신의 반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마다 현장체험을 떠난다. 아이들은 그 현장 체험을 통해 질문을 끊임없이 내뱉고 프리즐 선생님은 그 태도를 무척 좋아하며 항상 이렇게 말한다. "Take chances, make mistakes, get messy!!" 기회를 잡고 실수를 하며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보라는 프리즐 선생님과 모넬 선생님은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둘 다 아이들이 무슨 실수를 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과학을 가르치는 프리즐 선생님은 오히려 아이들이 사고를 치기를 바라는 모습을 자주 보이신다.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과외 선생님이 되려 한다. 사람들이 과외를 받는 목적은 학교에서 해주지 못해 주는 부분을 채우고, 보완해서 점수를 높이기 위함이기도 하고, 나이대에 따라 그 목적과 필요는 상이해진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 받는 사람도 있고, 어릴 때 미리 그 과목에 노출이 되게 해서 익숙해지면서 기본 실력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받기도 한다. 나의 타겟층은 유아 및 초등학생이다. 아는 선배들과 언니들은 학생 관리 측면에서 더 힘들지 않겠냐고 말렸지만 나는 오히려 잘해보고 싶어 '조이스박의 오이스터 영어 교육법'이라는 책까지 샀다.

아마 어린 친구들을 위한 교육은 더 활동적이어야 하는 것 같다. 모넬과 프리즐 선생님처럼은 못 해도 적어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다. 고작 시간만 때우다 가는 과외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다. 뭐든 할 거면 제대로, 나도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 어린이의 집중시간은 성인보다는 짧다. 그래서 중간중간 멈추고 쉬는 것도 필요하고, 한 가지에 질리면 다른 것을 제시해서라도 공부로 집중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학생인 내 동생도 집중력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라서 독해 책과 문법 책을 병행하며 에세이까지 내주었다. 너무 많이 내준 건 아닌가 싶지만 동생은 차라리 자유롭게 작문하는 걸 더 좋아했다. 틀린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고 제발 좀 보라고 해도 절대 보지 않았지만 그냥 적어보게라도 만든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본문에서 모넬 선생님은 절대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에 대해 질리지도 지루해하지도 않았다고 되어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과 인내심 같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나라도 더 뭘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지만 결국 학습에 흥미를 가미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나이대에 따라 그 흥미는 다르게 변한다. 어린아이들은 재미와 흥미 그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고, 성취감도 자주 맛보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중학생부터는 스스로 해내는 것 즉 성취에 초점을 두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서 그걸 이해하고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 성취감이 결국 지루하고 오랜 프로세스를 견디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공통적으로 학생에게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위의 두 선생님들도 실수에 관대하신 게 아닐까. 우리 사회는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적어도 학생 때는 실수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성장하기 위한 실수는 어마무시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계속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꽤 엄격하다. 학생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실수 여러 번 한들 뭐 어떠랴. 언젠간 안 하게 하려고 이렇게 많이 틀리는 것을. 그걸 못 참는다면 좋은 선생님이 아니다. 나는 동생에게 그 실수를 했다. 나도 학생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문제를 자주 틀렸으면서 정작 동생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복장이 터질 듯했다. 하지만 그걸 내가 바꿀 순 없다. 언젠가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그 부분을 해결하면 칭찬해 주는 게 내 역할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현실에 의해 무작정 관대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나 때문에 그 과목에 대해 혐오를 가지지 않게 하고 싶다. 그러기에 나는 사전준비를 계속하는 것이다. 나의 옛 과외 선생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은 직접 부딪혀보며 가르쳐봐야 알게 된다고 백문이불여일견을 강조하셨지만 나는 이미 경험하고 있었다. 그들 각각의 학생에 대한 교육방식을 접하며 간접적으로 말이다. 이래서 수업 시간에는 자면 안 된다. 타인이 나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지를 보면 나도 가르치는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 수업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나이대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는 저마다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준 선생님들이 한 분씩은 계실지 모른다. 본문 속 화자가 모넬 선생님을 오랜 시간 후에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실과 내 방식 사이 밸런스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할 듯하다. 과외는 결국 니즈 파악과 충족에 대한 것, 하지만 선생님은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찾게 유도하는 자. 이 괴리 사이에 나는 꽤 난감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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