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몽도리가 될 준비
학원 원장님은 내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주셨다. 나는 그 임무를 듣고 나서 또다시 이 학원에 오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 일은 바로 일반고와 외고 둘 다를 각각 절반씩 겪어본 내가 중학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 '멘토톡'이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스무 살 때 고등학생 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강연이라는 제목으로 관련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적이 있다. 그때는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썼던 에세이였는데 어쩌다가 나에게 정말 20분 동안 강연을 하고 질의응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는 자문을 구하기 위해 외고를 졸업한 친구에게 의견도 물어보고 예전에 내가 외고에서 했던 과제와 자기소개서를 주섬주섬 꺼내서 파일에 담았다. 그리고 그때 봤던 책들과 수업 교재도 3권 정도 남아있었다. 나는 인스타에 그 책들을 찍어서 올렸다. 그러자 외고 때 내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추억이라고 뭉클한 댓글을 달아줬다. 난 그에 회답을 하며 고등학생 때를 다시 회상하게 되었다. 행복하고도 괴로웠던, 그때를 다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감정으로 괴로워했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친구들도 외고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놀라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건네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는 외고를 가는 쪽으로 강연을 하고 싶다. 도전했기에 얻은 것도 알게 된 것도 많기 때문이다. 만약 과거로 되돌아간다고 한다면 나는 끝까지 버텨보고 싶다.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를 끝까지 해내고 마무리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고에서의 기억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내가 배웠던 것들 특히, 영어 말하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부분만큼은, 내가 초반에 성적 상관없이 마음껏 영어에 푹 빠질 수 있었던 때는 그때였다. 물론 일반고에도 영어 말하기 대회는 있었다. 요즘에는 그런 대회를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맡은 초등생 반도 사설대회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학교에서 여는 영어 말하기 대회만의 성취감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분량도 더 길고 그다음에 시대회, 도대회가 기다리고 있는 여정이 주는 짜릿함은 그저 일회성으로 끝나는 대회와는 다르다.
하지만 무엇이든 요즘엔 있는 기회라도 최대한 다 긁어모아 자기 자신을 내던져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기회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대회 특강반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듣고 외울 수 있도록 각각의 대본을 읽고 녹음한 뒤, 원장님께 드렸다. 단 하나도 허투루 녹음하지 않았다. 어디서 멈추고 강세를 줄지까지 내가 직접 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녹음했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할 때도 딱딱하게 외운 말하기가 아니라 온 마음을 담은 말하기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 느낌은 절대 잊을 수 없고 매사에 진심을 다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것을 말로 전할 때 진심을 오롯이 담는 것, 그건 어려운 일이다. 그걸 해냄으로써 깨닫게 되는 건 그만큼 값지다. 대회반과 멘토톡 준비, 그리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비교과 활동, 방학특강 ; 실습 기반의 시간 관리법, 한양대 에리카 서머스쿨 통역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한다. 통역 서포터즈로서 어젯밤까지 진주에 대한 안내자료와 퀴즈 자료, 대본을 만들었다. 급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귀엽게 봐주신 담당자님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우리의 역할은 한양대의 유학생들에게 진주를 소개해주는 가이드 역할이다. 솔직히 긴장되면서 설렌다. 그리고 과거 친하게 지냈지만 결국 본국으로 돌아간 교환학생 친구들이 떠올랐다. 이 활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내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시간관리 특강도 들으면서 내가 하는 활동에 녹여내 보기로 하며 열심히 들었다. 강사님은 N잡러 셨다. 그러다가 시간 관리 회사를 차려버리셨다. 요즘 멋지고 치열한 사람들을 자주 보니 자극이 너무 되고 쉬는 시간이 아깝지만 그렇다고 뒹굴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는 않는다. 번아웃되지 않기 위한 시간이라 여기면 죄책감은 사라지고 할 땐 하고 쉴 때는 쉴 수 있다. 내 할 일을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화하는 것이 진정한 시간관리라고 하시는데 그렇다면 달력에 있는 (내 할 일 =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간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면서 규칙적인 계계획이 더 많은 자유와 주체성을 줄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이것저것 하고는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특강을 들으면서 내 중심을 잘 잡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학교에 돈을 내고 다니는 이상 무료 지식은 무조건 기회고, 주워 담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생활이 세월이 되어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 이제 잘 쉬었으니, 지금부터 다시 부스터를 달아보려 한다. 중간에 쉽게 넘어지지 않는 제동이 잘 걸리는 부스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