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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서포터즈와 대회반 특강

나의 작은 포트폴리오

by 몽도리

내가 남은 한 달 동안 계획한 건 어학원 알바 즉, 초등 대회반 준비, 토익 스피킹 자격증 따기, 그리고 대외활동이다. 대외활동은 주말 동안 서포터즈로서 한양대 에리카 분들을 도와 한양대의 교환학생분들에게 진주를 소개해주는 일종의 보조 가이드 같은 역할을 했다. 그전에 우리 학교 선배님들과 안내자료 ppt를 만들고, 그 ppt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진주에 대한 10분의 발표를 마치고 미리 준비해 둔 퀴즈를 한양대 측에서 진행했다. 10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은지 몰랐다. 그전에 미리 스몰토크로 친해졌지만 금방 만들어진 아이스브레이킹 조여서 단합이 바로 되기란 힘든 게 당연하다. 하지만 고맙게도 퀴즈에서 상품을 타진 못했지만 내 설명을 빽빽이 기록해 놓은 학생들을 보며 열정만큼은 우리 조도 우승 조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국적도 다양해서 각각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게 재밌었다. 영어와 아는 중국어 몇 개를 섞어서 소통을 하며 중국어 말하기는 조금 더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다른 나라 문화의 사람들과 친해지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다른 대학 학생들과 얘기하는 것도 재밌었다. 심지어 같은 학교와 학과 선배지만 잘 몰랐던 분들과 대화하는 것까지 나는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 언어로 이어질 수 있는 이 멋진 이틀이 내게는 그저 할 일이 아니라 행복이었다.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해서 더 많고 폭넓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이틀 동안 인솔을 도우면서 유학생들을 도와주고 배려하며 그들과 꽤 친해지려 하기 전에 아쉽게도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왔고, 나는 우리 학교에서 내가 챙겨주었던 교환학생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산둥지역에 사는 친구였는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서로를 챙겨주던 친한 친구 사이었다. 안타깝게도 연락 수단이 사라지면서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겼지만 나는 이번 활동을 통해 언젠가는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언어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틀만 해도 더운 날씨에 체력이 고갈되는데 한 달 내내 이 활동을 하는 한양대 학생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활동에 진심을 다해 임하는 게 느껴졌다. 활동의 끝 무렵에 미국 학생 4명이 부산으로 가야 해서 진주 지역 서포터즈인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왔다. 우리는 택시를 잡고 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계산을 도와주고 부산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사이 택시에서 부산에서 놀기 좋은 장소도 몇 군데 추천해 줬다. 나는 광안리를 추천해 줬고, 아르떼 뮤지엄도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들은 고맙다며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서는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K시민의 정을 보여준 것 같아 나와 선배들은 뿌듯해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다음날이 됐고, 나는 첫 대회 특강반 수업을 맡게 되었다. 나의 임무는 아이들이 각자 쓴 대본을 외우게 만들고 무대에 선 것처럼 실감 나게 연습시키는 것이었는데 첫 수업이라서 당연히 갈 길이 멀었고 아이들의 실력도 다 달랐다. 그래서 각자에게 맞게 숙제도 내주고 수준도 맞춰서 지도했는데 원장님은 3주 안에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셨다. 나는 아이들을 너무 앞만 보고 달리게 하고 싶진 않았다. 중간에 가다가 서버릴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원장님 마음처럼 나도 아이들이 대상을 받길 원한다. 그 성취감은 오래 아이들의 마음에 남을 테니까. 특히 어린아이들이니 나중에 좋은 자아 효능감의 씨앗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막막했다. 각각 다른 실력의 아이들이 대본을 다 외우고 대회를 하는 것처럼 연기까지 할 수 있도록 즉 원장님의 니즈를 내가 맞출 수 있을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서 넌지시 진행상황을 원장님께 알려드리니 파악할 수 있는 니즈였다. 실력을 갖춘 강사가 되기엔 나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하지만 오늘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재밌었다. 아이들이 어떻게든 생각해 내려 노력하고 내 녹음파일을 이미 건네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원장님이 녹음한 줄 알았다고 하는 아이들 말에 어느 정도 안심했다. 내 발음이 나쁘지 않았다는 거겠지. 다행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왠지 잘하고 싶다. 미치겠다. 완벽주의를 버리자고 했는데 그게 안 된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또 불안하고 그러다 번아웃이 올까 또 불안하고 그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자.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나는 열심히 했다. 그거면 충분하다. 페이스를 지금부터 맞춰야 한다. 나중에 학기가 시작하고 학업까지 더해지면 체력소모가 더 심할 것이다. 그때 지금만큼의 에너지를 쓰면 번아웃이 온다. 분배를 잘해야 한다. 매일 성장하는 강사가 처음부터 잘하는 강사보단 낫다. 그리고 오늘 심지어 중학생 친구들에게 해줄 멘토톡 대본도 다 짰다. 외고와 일반고 중에 어디를 갈지 결정하는 건 그 아이들이지만 조금이나마 내 이야기가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한 자 한 자 손수 썼다.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써야 진심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브런치 카페에서 한숨을 돌린 후 난 외고 때 베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나서 최근 들어 다시금 친목을 다지게 되었고, 요즘 난 이 친구와 전화하는 게 너무 재밌다. 우리는 비슷한 고민과 걱정, 고통 등을 겪은 사이로, 입시에서의 전우이자, 찐친이었다.

나중에 진주가 본가라서 내려온다고 하니 만나서 신나게 놀아야겠다. 노력하며 나아가고 있는데 이젠 아무도 내게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성인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알아서 배우고 자라야 하고, 도움을 가끔 받을 수 있겠지만 항상 불안한 상태, 이게 청춘일까.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이게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의 인풋이 어떤 모양의 아웃풋을 초래할지 모르겠어서 짜증도 나지만 굳이 마음을 너무 졸이지는 않으려 한다. 그럼 지금처럼 재밌게 도전할 수 없을 테니까. 갓생을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빨리 자리를 잡고 싶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건 나도 안다. 졸업을 두려워하는 선배들을 보면 나도 조급해진다. 하지만 뭐라도 하고 있으니 불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내 인생의 1순위는 내 마음 건강이니까. 나는 그거면 된다.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지킬 수 있고,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면 된다. 그게 해결 안 되는 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내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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