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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개강

쉴새없이 지나가버린 방학

by 몽도리

계속 어학원 교사로 있다가 9월 수업 진도표를 짜고 나서 달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개강까지 2주 정도 남았다. 내 방학이 이렇게 짧은지 몰랐다. 놀 때는 좀 길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니 한 달마다 그냥 시간이 날아가는 것만 같다. 힘들었지만 많이 행복하고 뿌듯했던 방학을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덜 컸는데 시간은 사정 따위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수강신청 올클을 하고 나서 금세 기분이 좋아진 단순한 나였다. 9월은 8월에 비해 학원 일정도 진도도 더 빡빡하다. 학기 중이 제일 바쁘니 그러겠지. 그러니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내 학교에서의 삶과 학원 일을 병행하며 지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가며 내 마음도 자세히 바라봐야 길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어학원이 좋다. 원장님도 실장님도, 아이들도. 나에게 설렘, 기대, 부담, 행복, 고뇌를 동시에 줄 수 있는 곳은 여기인 것 같다. 학교에서의 생활도 그런 것들을 주지만 내가 성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내 몫을 다한다고 느끼는 곳은 일터다. 처음에는 그냥 알바로 뽑힌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규직'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 애매한 포지션에서 원장님은 내게 기회를 뿌려주셨다. 이번에 온 마음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멘토톡부터 문법 수업, 그리고 미래에 말하기 수업까지 넘겨주신다고 하셨다. 과분한 기대와 친절함을 받아서 나는 성장할 수밖에 없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내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멘토톡을 준비할 때는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이내 날 것 그대로의 강연을 해주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아무 정보도 없다는 것과 원장님과 내가 생각하는 부분이 겹친다는 것에서 자신감이 나왔다. 현실이 어떤지 확실히 보여주고 중학생들이 선택을 현명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서포터즈 활동비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돈을 모아서 하고 싶은 것은 많다. 유튜브 제작할 툴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챗지피티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의상을 입고 내 자아를 펼치는 것. 무엇보다 개강의 부담을 덜어줄 새 가방과 학용품 등은 미리 구비해 둬서 든든하다. 물론 저축도 까먹지 않았다. 그저 이젠 할 일을 마치고 본가로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개강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싶다.

한 학기가 지나가고 새 학기가 오면 긴장의 연속이다. 시작은 좋아서 다행이지만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못 하겠는 것도 하다 보면 되는 것, 영어 표현 중에 'fake it (un) till you make it'이라는 표현을 난 좋아한다. 그러므로 난 직접 해보려 한다. 부딪히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으니 말이다. 대회 특강반 아이들의 대회 날도 얼마 안 남았다. 그 애들을 응원하기 위해 간식을 준비할 것이다. 내가 서툴러서 너무 미안하지만 더 나은 강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만큼의 노력을 더 해야겠지. 그럼,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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