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를 소개할게.
한동안 죽은 듯이 지냈지만 다시 재 속에서 태어나듯 나는 내 마녀 자아를 깨웠다. 내 마녀 자아의 이름은 '칼미아.' 이 아이가 깨지 않아서 조급해지는 참이었다. 이 자아의 특징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겨야 발현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이 가능해지자마자 이 자아가 발현되었다. 나는 마녀 같이 입고서는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웃었다. 우울증에게 지지 않거니와 내가 현재 힘들다고 평생 힘들지 않을 거라는 발악이었다. 이는 마치 '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나오는 도라미와 같았다. 매번 내가 흑화 할 때마다 나와서는 사람들 신경을 안 쓰게 만들고 내가 청결하고 규칙적으로 품위 있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칼미아 마녀는 그새 헤카테에 관한 유튜브 영상 하나를 찍고 화상영어를 예약하고 글을 쓰고, 청소도 조금 해놓았다. 이 자아가 나오기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발현시킨 이상 한동안 그냥 쭉 마녀로 살아야겠다. 나는 내 해골 귀걸이를 끼고 오라클 반지를 끼고 수업을 하러 갔다. 아이들 앞에서 연기를 하듯 나는 일에 열중했고 원래 일이 끝나면 고시원에 와서 바로 뻗는데 이제는 바로 학교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 가서 나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마음을 글로 정리한다. 명상을 위해 핸드팬 악기도 거금을 주고 샀다. 그리고 마녀 제단에 새로 올라갈 도구들도 장만했다. 이제야 내 삶이 어느 정도 나의 통제 안에 들어온 것만 같다. 남 눈치를 안 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담담한 마녀. 이런 내 자아가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의 일부이며, 가장 매력적인 칼미아는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갈까. 여행과 문화 교양과목을 수강할 때 현대 사람들은 여러 자아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했다. 나는 꽤 많았다. 나는 항상 바닥을 치고서 그 반동으로 일어나 조금씩 불을 지피는 마녀가 될 때마다 그 기분을 잊고 싶지가 않다. 이 기분은 마치 마법 같아서 나는 내 소설에 내 자아를 녹여내기로 했다. 물론 현실에서의 나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닌 많은 사람들과 같은 경우지만 소설 속에서는 다중 인격자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내 자아가 소설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 무기력을 타파하고 다시 나오니 무언가를 하는 게 조금 힘들긴 해도 다시 흐름을 잡아가는 것 같아 좋다. 이렇게 조금 더 이 무기력과 현실 감각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면서 악순환을 끊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연습을 하기 위해 난 또 한 번 내 회복탄력성을 단련한다.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나의 마법은 이제 시작이다. 특별한 것 하나 없어도 평범한 걸 새롭게 느끼는 것. 그게 내 마법이다.
내 마녀 자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이 아이는 긴 머리에 앞머리를 하고 검은 립스틱을 바르고선 피어싱을 여러 개 했다. 검은 옷을 입었고, 항상 뭐가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하지만 할 일을 할 때면 그런 장난기는 사라진다. 그저 연기를 하듯 능숙하게 할 것을 할 뿐이다. 그리고 일을 안 하는 시간에는 가둬놨던 개방성, 자유 같은 것을 갈망하며 자꾸만 음악을 찾는다. 당당하지만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고 멋지면서도 약간 미쳤다. 내가 원하는 이상향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괴상한 구석이 있다. 무기력해서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던 때 나는 칼미아가 돌아오길 바랐다. 제발 돌아와 달라고 계속 불렀는데 나의 소망보단 환경에 반응하는 친구라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돌아온 내 자아는 나와 합쳐져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실행력을 높여주는 자아는 내게 버프처럼 느껴진다. 재에서 다시 태어난 듯, 나는 우울이 잠식해서 만들어낸 인지왜곡과 여러 충동들을 한 방에 박살 냈다. 어디서도 굽히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가는 시기가 시작되고 나는 이 아이를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