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에세이
오빠는 오늘 기숙사로 떠났다. 그 전에 내게 해준 말이 있다. 내가 내 꿈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고 간절하다면 알아서 찾아다니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했을꺼라고. 나는 나름 노력했다고 믿었다. 글쓰기 대회가 있으면 어디든지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책도 적지 않게 읽었고,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있었다. 내 취미는 언제나 글쓰기였던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대학 원서에 문예창작과를 넣기로 결심했다. 찾아보니 대부분 실기로 가는 케이스가 많고, 실기를 준비한 만큼 합격할 확률도 높았다. 좋은 대학일수록 특히 그랬다. 나는 걱정이 됐다.
내가 너무 늦었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속단하기는 일렀기에 인터넷을 뒤져 문창과 입시 준비 학원에 전화를 여러곳 돌렸다. 서울 쪽에 있는 학원은 지방 학생들을 받아줄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그 먼 곳까지 내가 왔다갔다 할 수 없었다. 서울로 이사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 다음에는 내가 사는 지방쪽 학원들에 다 전화를 걸었지만 전부 퇴짜를 맞고 말았다. 고3은 실기 준비를 하기엔 늦었다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결국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로로 잡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기회를 잡을 걸, 그때 당시 나는 계속 국,영,수 때문에 학원과 과외를 끊을지 말지를 계속 고민하는 4년을 보냈었다. 그 과정에서 돈도 엄청 나갔고, 노력도 엄청해서 외고를 들어가고 성적도 올리려고 노력하고 전학을 하고 성적을 올리고, 우울증도 걸리고 그 과정을 다 겪었었다. 아빠가 나중에 결국엔 내가 독학을 하게 되자, 나한테 말했었다. "너는 언제 포기해야 할 때를 몰라, 니가 아닌 것 같으면 안하겠다고 니 오빠랑 동생처럼 당당하게 말해야 하는데 너는 끝까지 다녔잖아. 그래서 지금 니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어디든 보내줄께." 나는 이때가 떠오르면서 눈물이 났다. 늦었다. 작가가 되기에는 늦지 않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것은 시기가 늦었다. 내 동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댄스를 고집해서 결국에 배우고 오빠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간섭하지 말라고 해서 지금 잘 됐는데, 나만 비참한 것 같다.
수능 날짜가 다가오고, 비실기 전형으로 가기에는 수시가 좀 모자라다. 수능공부는 나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아무생각도 안 든다. 하필 오늘은 엄마의 생신이었다. 눈물을 참으려고 실제로 고개를 들어서 형광등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눈치를 계속 보면서 우울해졌다.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괜찮아, 꼭 학원 다니면서 실기준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작가를 못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제일 후회되는 건, 고집을 부리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기회를 잡고 차근 차근 준비하면서 내 꿈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얻었다면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일찍이 도와줄 수 있었던 기회. 가족들과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 내 나이는 하나도 늦지 않았다고.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틀린 말이다. 가족들이 웬일로 나를 위로해줬다.
오빠도 멘사급 아이큐를 가졌고, 수학, 과학 대회면 모조리 상을 휩쓸며 한동안 네이버에 계속 자신의 이름이 내려가지 않은 적도 많았다. 오빠는 자신이 전문대에 갈 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니는 과가 사라지는 경험을 할 거라고도, 주위에서 대학 왜 다니냐고 나와서 일이나 해라는 말에도 듣지 않고 열심히 자격증을 많이 따서 지금은 떳떳하게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엄마는 듣고 있다가 내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일단 해보고 포기하라고 말했다.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눈물이 자꾸 흘렀다. 너무 후회스럽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부모님이 삶은 버티는 거라고 했다. 오빠도, 자신들도 다 이유가 있으니까 버티면서 사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연명아, 나랑 니 오빠가 하는 말들이 유리 파편처럼 너한테 상처가 되는 걸 알아. 그런데, 꼭 필요한 말들이야. 사회에 나가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현실을 알고 있는 게 훨씬 도움이 많이 돼. 엄마는 대학을 안 나와서 엄마보다 나이가 어린 사무원한테도 뭐라 못하고 나중에는 나보다 훨씬 승진을 잘하게 된 걸 보고 대학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
오빠는 대학 이름 때문에 어떤 면접에서 바로 떨어진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어떤 대우를 받더라도 멘탈을 니가 굳세게 해서 그 자리에서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못 하겠어서 나가면 그걸로 끝이다. 나 봐라. 나 맨날 자격증 딸때 무슨 생각 하는지 아나? 카톡보면 친구들은 여기저리로 놀러 다니는데 나만 처박혀서 왜 공부만 계속하고 있나 싶다. 그래도 나중에 자격증 따고 대학 계속 끈질기게 있으면서 느낀거는 그래도 그렇게 하길 다행이다. 이 생각이 들게 되있다." 오빠는 그러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어주는 당연한 이치라고 말하며 술을 마셨다. 결국에는 선택을 하면 그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남들이 뭐라하건 신경 안쓰는 강력한 멘탈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위로를 받고나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마음은 씁쓸했지만 나만 바보짓을 하면서 산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 누구의 탓도 아닌 그냥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