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있는 세상 (1)

성격의 신과 감정의 여신 (심리 소설의 서막을 열며)

by 칼미아

옛날 예적 '유안평국(有安平國)' 이란 땅에 버려진 신이 둘 있었다. 그들은 바로 성격의 신과 감정의 여신이었다. 주변의 신들은 항상 이들을 '쓸모없고 버려진 신' 이라고 부르며 멸시하고 놀려댔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굳건히 믿었고, 자신들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성격의 신의 이름은 '심현(心賢)' 이었고, 감정의 여신의 이름은 '정화(情花)'

였다. 정화는 부모가 있었지만, 심현은 생전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보지 못했다. 심현은 항상 인간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에게 장난을 쳤다. 자신에게 매일 시비를 거는 여느 신보다 심현은 인간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어느날, 심현이 나무 위에서 인간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인간들끼리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싸울 때, 그들의 머리 위의 작은 요괴들도 각자 싸우고 있었다. 마치 인간들은 그 요괴들의 주인인 것만 같았다. 심현은 바로 자신의 거처로 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 위에는 요괴들이 없었다. 심현은 의아해하며 다시 그 인간들을 보러갔다. 머리 위의 요괴들은 자신의 주인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심하게 싸우고 있었다. 심현의 그 요괴들을 없애 버렸다. 그러자, 싸우던 인간들이 싸움을 멈추고 아무 표정없이 자리를 떠났다. 심현은 그걸 보고 그 뒤로도 인간들이 싸우면 그들의 머리위에 떠다니는 요괴들을 없앴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자신이 한 행동이 인간들을 죽이고 있단 사실을 알고서는 좌절해 자신이 지내던 상록수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다른 신들에게 심현과 마찬가지로 놀림을 받던 정화는 심현이 자신에게로 오지 않자 그가 있는 상록수로 갔다. "심현, 틀어박혀서 뭐해?" 아무소리도 나지 않자, 정화는 심현이 있는 곳 까지 깊숙히 들어갔다. 심현은 우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화는 심현을 달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심현은 인간들을 실수로 죽이게 된 일을 말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왜 나는 인간들처럼 요괴를 가지고 있지 않는 걸까? 그러고 보니, 너도 없네." 정화가 말했다. "우리가 신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인간들과는 다르잖아." 정화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렸다. 심현을 찾아오기 전, 그녀는 불과 물의 신에게 놀림을 당했다. 물의 신이 말했다. "니들은 왜 그렇게 노력하는 거야? 세상에는 그냥 너희들처럼 할 일이 없는 신도 있는거야. 그냥 인간으로 안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기고 속 편하게 살면 되는데 왜 이렇게 설쳐?"


정화는 그 말을 무시했지만 오늘따라 그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았다. '난 정말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없는 걸까?' 정화는 부모님께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항상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자식들과 차별만 해대는 부모님께 도저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화의 부모님은 자식들이 멀리 떠나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들 각자의 소임을 다하도록 기도만 할 뿐이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열심히 했고, 공을 세운 자식들을 과하게 칭찬했다. 가끔씩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가 정화는 한 없이 불편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심현을 찾아가서 위로를 받았다. 둘은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고, 심현이 자신의 부모를 찾으러 떠나고 싶다고 했을때도, 정화는 항상 그의 옆에 있었다. 기나긴 여정 끝에 심현은 더 이상 부모를 찾지 않기로 했다.


여정을 떠나면서 얻은 건 여러 위험에 맞설 수 있는 위기대처 능력과 잠재되어 있던 신의 힘이었다. 둘은 비록 심현의 부모를 찾지 못했지만 다른 신들과 대적할 만큼의 힘을 가지게 되었고, 끊임없이 수련을 하면서 세상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다. 멋대로 덤비던 신들도 나중에는 그들을 이기지 못하고 용서를 구하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신들은 심현과 정화를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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