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있는 세상(8)

더 넓은 세상을 향해서

by 칼미아

심화는 밤새도록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외로 몰래 갈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심화는 부모님이 쓰신 책을 잘 읽어보았다. 그 속에는 부모님이 여행을 하면서 마주한 위기들을 극복한 방법들이 나와 있었다. '나에게도 비슷한 힘이 있을지 몰라. 그런데 내 힘이 언제 어떻게 발현되는지 모르는데....어쩌지...." 고민 끝에 심화가 말했다. "색현아, 다 됐어. 가자, 나만 따라 와." 심화와 색현은 최소한의 짐을 싸서 밤에 국경을 넘기로 했다. 심화가 말했다. "일단 내가 군인들을 유인할 테니까 너가 먼저 배를 타. 너, 이거 삼촌 배라며, 운전해본 적 있어?" 색현이 답했다. "한 2번 정도 해봤는데." 심화가 말했다. "그거면 충분해. 자, 이제 내가 유인하러 갈 테니까 배에 시동 걸어." 심화가 군인들에게로 향하는 동안 색현은 엔진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인지 배가 말을 듣지 않았다. "심화야, 배가 안 움직여!"

멀리 있던 심화는 그 말이 들릴리가 없었다. 심화는 군인들을 향해 터덜 터덜 뛰어가며 연기를 했다.


"살려 주세요!!" 쓰러진 심화에게로 군인들이 간 사이, 심화가 색현을 보니, 그는 아직도 배를 잡고 끙끙 거리고 있었다. 군인들이 심화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해댔다. 심화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군인들의 머리 위의 MBTI 요괴들을 보았다. 심화는 능력을 사용해서 머리 위의 요괴들을 섞어놓았다. 그러자 군인들의 머리 위 요괴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고, 군인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심화는 색현이 있는 곳 까지 갔다. "뭐해?" 색현이 낑낑거리며 말했다. "엔진까지 다 가동시켰는데 지금 배가 안 가!" 심화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군인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심화는 급해진 마음에 배를 힘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심화의 손에서 붉은 빛이 새어나왔다. 군인들이 가까워질수록 그 힘은 강해졌고 결국 둘은 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색현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어떻게 한 거야?" 심화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기억났어. 내 감정은 나의 무기야. 방금 다급하고 불안하고 무서웠던 게 내 감정들인데 나한테 도움이 된 거야. 그 감정들이 나를 도왔어." 색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왠지 과제 계속 미루다가 다음 날 마감일이 되어서 허겁지겁 하는 심리랑 비슷하네." 그렇게 평안한 항해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배는 가다가 멈춰버렸다.

둘은 당황하며 배를 살펴보았다. 모든 게 정상이었는데 안 가는 게 의문이었다. 심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해도 배를 가게 할 만큼의 힘이 나오지 않았다. 망망대해에서 죽게 생겼다고 생각한 색현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심화를 뒤에서 덥썩 안았다. 심화의 손에서 분홍색 빛이 나왔다. 되게 강렬했던 빛은 점차 붉은 색을 띠다가 이내 배의 연료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심화는 혹시 몰라 그 힘이 사라지기 전에 엔진을 향해서 빛을 쏘았다. 그러자 엔진에 그 빛이 축적되었고 배는 앞으로 나갔다.


색현이 말했다. "연료가 부족한 거였나? 그럴 수도 있겠다. 삼촌이 이 배를 오래동안 쓰시긴 했거든. 근데 저 멀리에 보이는 다른 배들은 뭐지?" 해군이었다. 심화가 말했다. "아 맞다, 법학 배울때 읽었던 부분인데, 군인은 바다에도 있었지." 심화는 배운 법들을 전부 떠올리며 말했다. "우린 진짜 할 말 없어. 지금까지 법을 한 20개 이상 어겼거든." 색현이 말했다. "그렇게나 많이?" 심화가 말해주기 시작했다. "제36조 3항, 해외로 나가는 것을 금하며, 이를 어길 시,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그리고 또...." 심화가 말하려고 할때, 색현이 운전대를 꺾으며 말했다. "우리 이미 무법자니까 지금 그거 따지지 말자. 어떡하지?" 심화가 말했다. "재주껏 잘 따돌려보고 있어봐." 심화는 가까워진 해군의 함선 안의 사람들을 투시해서 보았다. 각각의 선원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두려움, 의아함, 경계심, 분노, 그 무엇도 좋은 감정은 없었다. 심화는 손을 뻗어서 그 감정들과 닿으려고 노력했다. 감정들 또한 요괴로 보였다. 심화가 중얼거렸다. "얘들아, 일로 와, 너희들이 거기 있으면 힘들어질꺼야." 그렇게 안 좋은 감정들을 다 거두어들이며 그들을 아까와 같이 엔진통에다 넣었다.


그러자, 해군은 뱃머리를 돌려 떠났다. 심화가 말했다. "이제 연료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색현이 말했다. "그런데 이 엔진통에 이 요괴들이 가만히 있을까?" 심화가 말했다. 감정또한 에너지니까. 에너지는 에너지를 담아두는데 있으면 자신의 힘을 잘 발휘할 수 있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감정 또한 힘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러니까 감정들이 빠져나가든 말든 아무 신경 안 쓰는 거지, 그걸 타인에게 빼앗기는지도 모르고, 흔히 기 빨린다고 느낄때가 그런 때인 거야." 색현은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녀는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폰을 보다가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색현이 물었다. "와이파이도 해결할 수 있을까? 지도 좀 펼쳐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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