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있는 세상(17)

페르소나로 군림한 군주의 이중성을 알게 되다

by 칼미아

심화는 보호국과 평안 안국의 관계가 왜 악화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옆 나라인 것만 빼고 딱히 문제 되는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기자의 취재를 돕다가 알게 되었다. 심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비밀 취재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기자가 말했다. "아가씨, 그거 알아? 사실 우리나라에는 독재자가 있어. 항상 좋은 웃음으로 우리를 억압하는 짓은 하지 않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시스템 자체가 독재자를 위한 시스템이지. 독재자는 그 시스템 위에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고." 심화가 물었다. "지금의 지도자님 말씀이신가요?" 기자가 말했다. "그래, 성격별로 사람들의 직업을 나누다 보니 지도자 또한 마찬가지지. 물론 자질도 보고 선거도 하지만 뽑을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야. 결국에는 지도자를 하기에 좋은 성격이 장악하는 세상이 되는 거지. 쉽게 말하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ENTJ들의 손아귀에 있지. 그들은 대체로 좋은 지도자들이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는 세상이 보지 못하는 특권들이 생겨났지.


심화는 갑자기 주눅이 들었다. 지도자가 그 특권을 자신에게 일부 나누어준 사례가 무단결석을 없애준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화가 기자에게 말했다. "제 친구가 지금 군인이에요." 기자가 말했다. "친구? 얼마나 친한데?" 심화가 말했다. "저한테는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소중한 친구예요." 기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친구가 아니라 연인 수준인데." 심화가 말했다. "막 서로 간의 감정적인 발달을 앞두고 징집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왜 이런지 알 수가 없고요." 기자가 말했다. "이 전쟁은 지도자가 그린 큰 그림 중 작은 그림에 불과한 거야. 지도자는 보호국을 흡수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아마 보호국은 이에 대해서 아주 반발을 했겠지. 우리의 독재자는 상냥한 말로 보호국에 교류를 명목상으로 안보가 약하니 지켜주겠다니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회유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보호국은 위협을 느낀 거고, 마음대로 안되니까 결국에는 전쟁을 시작한 거겠지. 내 주장은 절대 근거 없는 루머가 아니야."


심화가 물었다. "명확한 근거들이 있나요? 나중에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들이 필요하잖아요."

기자가 말했다. "지금 그 근거들이 다 여기에 있잖니. 내가 다 기록하고 있는 것들이 증거가 될 거야. 이럴시간이 없어. 그 증거들을 찾기 위해서 더 뛰어다녀야 해." 심화가 말했다. "직업에 대한 소명이 멋져요." 기자가 답했다. "성격별로 나뉘는 사회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이 가진 직업에 대한 강한 소명감이지. 직업은 다르게 보면 우리의 성격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빛이거든." 심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물었다. "기자님, 적진에 들어가서 취재를 할 생각은 없으세요?" 기자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었다. 심화는 자신의 능력들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기자가 말했다. "오우, 이런 너는 그 박사들의 딸이구나." 심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아는 게 많으시네요. 맞아요. 제 자신에 대한 취재도 따로 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기자님만 따로요. 우리 군이 적진에 들어가서 전쟁이 펼쳐질 때 같이 가요. 당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저는 당신을 엄호하면서 평화를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렇게 거래가 성사되었다. 기자는 심화를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갔다. 무척 은밀하고 어두운 곳이었다. 기자가 말했다. "사실, 나는 국가 블랙리스트 1순위야. 너랑 나처럼 나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도자에게 위협이 되니까. 그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그게 가장 무서운 부분이지. 하지만 언젠가는 그의 실체를 낱낱이 다 파헤쳐줄 거야." 심화는 속으로 자신도 기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에 더 머물면서 자신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택하고 싶었다. 사회가 자꾸 막아도 그걸 뚫고 나갈 길이 있는 직업. 이 직업은 그 가능성이 그나마 조금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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