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있는 세상(19)

하나를 얻기 위해 내어줘야 하는 한 가지

by 칼미아

심화는 자신이 만든 초소형 폭탄과 수류탄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색현을 찾으러 가야만 했다. 심화가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님, 색현을 같이 찾아주신다는 조건에서 제가 보호해드리는 거예요." 기자가 물었다. "그 색현이란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데? 특징을 말해줘야 찾지." 심화는 연보라색의 빛으로 공중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움으로 그리는 그림은 꽤 구체적이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취재하다가 찾으면 바로 알려줄게." 기자는 그러고는 바로 사라져 버렸다. 심화가 답답해하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막 가버리면 다시 어떻게 찾을 거라고 그러는지...'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쑥대밭이 돼가는 보호국을 혼자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심화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능력을 사용해서 보호국을 돕는다면 자신은 반역자가 될 것이고, 만약 돕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보호국 사람들과의 관계는 거짓이 되어버린다.


심화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그녀는 자신이 할 일을 공책에 적어보기 시작했다. "좋아, 내가 전쟁에 참전할 필요는 없어도 어느 쪽 부상자든 치료해줄 수는 있어. 또한 망가진 지형과 작물들과 풀들도 내 능력으로 되살릴 수 있을지 몰라." 심화는 가방에서 검은 천을 꺼내 입 주변을 둘렀다. 그녀는 서둘러 눈에 보이는 부상자들을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만나는 부상자마다 그녀가 누구인지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치료만 전념할 뿐이었다. 심화는 아군이든 적군이는 닥치는 대로 다 치료해주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요령을 써먹었다. 긍정적인 감정은 약 또는 치유 물이 될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사람들에게서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거두어들여서 약으로 만들고 치유를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그녀는 단순 호기심의 빛도 바라보았다. 흰색 빛이었다. 마치 연기 같았다. '아, 사람들이 무언가에 대해서 순수하게 알고 싶으면 이런 색이 나오는구나."


심화는 부상자들을 정신없이 치료해주고 있다가 한 부상자가 자신의 팔을 확 잡았다. 심화는 놀라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 부상자는 심화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색현이었다. 심화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움과 반가움이 섞여 연보라색과 연노랑색 빛이 어우러져 퍼져 나갔다. 그 빛들이 차츰 사라지고 진한 분홍색 빛이 남았다. 심화가 말했다. "이 전쟁은 모두 우리 측 지도자의 욕심으로 시작된 전쟁이야. 어떡하면 좋을까?" 색현이 깜짝 놀라다가 금세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래, 뭔가 이상했어. 상관들은 우리에게 왜 전쟁을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지도 않고 심지어 대다수에게 이건 그냥 훈련하러 가는 거라고 말을 했거든." 심화는 색현에게서 분노를 거두어들였다. 그러고는 한동안 생각하다가 꽃을 만들었다. 심화가 말했다.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다는 건 정화할 수 있거나 다른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야. 내가 이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부모님이 남기고 가신 책에 쓰여있던 어려운 과제였거든. 우리 부모님도 해내지 못한 거야."


심화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빌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위에 오색찬란한 빛들이 펼쳐졌다. 그녀는 자신 안에 있는 분홍빛을 모두 꺼냈다. 색현이 그녀의 팔을 잡고 막았다. "너한테 사랑이란 감정을 다 소멸시켜 버리겠다고? 정말 확실히 정한 거야?" 심화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 중 가장 강한 긍정적인 감정이 사랑밖에 없어." 그녀는 그러고는 색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감정은 다시 생기는 거니까 네가 도와줘.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 수 있는 나지만 네가 도와준다면 감정적인 부분을 고칠 수 있을 거야. 나도 알아.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잃게 되고 그러면 나는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가겠지. 하지만 지금은 정말 긴박한 상황이니까."


심화는 색현을 뿌리치고 분노로 활활 타고 있는 꽃을 분홍빛으로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빨간색에 분홍색이 잡혀 먹히는 듯하더니 이내 분홍색이 빨간색을 덮어버렸다. 심화가 성공한 것이다. 심화는 그러고 나서 눈동자의 색깔을 잃고 말았다. 힘을 너무 많이 쓰고 만 것이다. 색현은 쓰러진 심화를 붙잡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한 명은 기자였고, 두 명은 왠지 낯이 익었다.

심화의 부모님이었다. 자현이 심화를 보더니 색현에게 물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색현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정화는 딸의 상태를 살피더니 그녀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자현은 심화가 해놓은 일을 마무리지었다. 그가 분홍빛을 퍼뜨리자 모든 사람들이 전쟁을 그만두었다. 자현은 자신의 힘까지 더해서 더 멀리 그 기운이 퍼져나가게 했다. 딸의 치유를 마친 정화도 힘을 보탰다. 기자가 말했다. "역시 가족관계가 맞았군요."

그는 다시 취재를 하려고 카메라를 켰다. 심화의 부모님은 그를 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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