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

by 칼미아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예지몽이었을까. 오늘은 가고 싶은 1순위 대학의 1:1 대학 상담이 있는 날이다. 꿈에서는 나보고 가망 없으니 꺼지라는 식의 답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꿈에서 깼다. 다행히 꿈보다 덜했다. 물론 내 생기부가 평범하고 내가 가려는 학과랑 연관성이 없어서 학종으로도 불리하고 등급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교과로 들어갈 수 있는 낮은 과를 노려보라는 말이 돌아오긴 했지만. 멘탈이 흔들리는 것도 상상했던 것보다 덜했다. 엄마는 그중에도 나를 영문학과에 넣고 싶어 안달이셨고, 국제통상학과 가면 너무 좋겠다고 그러시면서 1년 하다가 전과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작가가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하셨다.

문예창작학과, 실기전형을 준비하려고 보니 이미 늦은 나이였고, 원서에 넣으려니 상향이 돼있었다. 엄마는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고 내가 엄마 보고 자꾸 그런 식으로 나를 밀지 말라고 하니 씩 웃으시면서 언제 그랬냐면서 내 맘대로 하라고 하셨다가 1초도 안돼서 계속 나를 설득하시려 했다. 엄마가 원하는 바를 다 말씀하시고 웃으시면서 "니 맘대로 해."라고 하셨다. 정말 엄마였기에 참았지. 친구였으면 가만있지 않았다.


내 나이를 보고 사람들은 내가 뭐가 늦었냐고 한다. 수능도 아직 80일 이상 남았고 청춘이라고,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늦은 것들이 존재했다. 1학년 때부터 내 진로가 작가가 아니었던 게 내 잘못이었던 것일까. 1학년 때는 천천히 정해도 된다기에 다방면에 관심을 보이기로 맘먹고 열심히 관리했고, 역시, 2학년, 3학년 때 우울증에 걸려서 생기부에 관심을 많이 쏟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걸까. 부모님은 고3이 되고 나서야 내 꿈을 인정해주셨고 그 전까진 계속 외교관 쪽으로 미셨다. 물론 절대 강요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내가 세게 밀고 나가지 않은 탓인가 보다. 전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연설을 늘어놓던 오빠는 다시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갔다. 다행이다. 오빠만이라도 없어서. 있었으면 또 나의 과오를 늘어놓으면서 그럴 줄 알았다고 빈정거렸겠지.


평범. 오늘 꽂히는 단어는 그것이었다. 한창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엄마는 어중간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채로 지내려면 그냥 때려치우라고 했다. 그만큼 등신 짓이 없다고. 하지만 그만뒀다면 내가 이 정도까지도 못 왔으면 아예 희망이란 걸 가지지 못했겠지. 수능에서 2합 10을 못 맞추면 접시에 코 박고 죽으라는 엄마의 극단적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진심이 아니겠지.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날 내가 집에 안 들어가면 죽은 줄 알라고. 꿈을 입시가 계속 붙잡는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우물쭈물하면 돌아오는 대가가 무엇인지 혹독하게 알게 되었다. 어쩌다 내가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 된 것일까. 나는 특별하고 싶었다. 내가 말하는 특별하다는 것의 의미는 내 삶에 있어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이 되는 것이다. 내 꿈을 고수하면서 나만의 길을 걷는 것. 오늘도 작가라는 내 꿈을 포기하기 싫어서 반대하는 엄마와 싸웠다. 내 꿈을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속으로 아예 반대를 하고 있었다.


오빠는 이것이 내가 진정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이겨내야 하는 관문이라고 했고 나는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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