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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5. 2024
진정한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날명절을 즐겁게 보냈던 사연
'장인어른이 지금까지 명절 중에서 가장 행복하셨던 거 같아요' (동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다름 아닌 이번 설날에는 '고스톱'을 통해 온 가족이 말이 아닌 다른 행위로 소통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고백하자면, 아이들이 어릴 때까진 몰랐는데,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다 보니, 명절이라고 해도 밥만 먹으면 핸드폰 들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안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진 데다. 어른들도? 이젠 다들 나이가 먹다 보니. 술도 예전만 못하다 보니. 조금만 먹고는 그냥 텔레비전 앞으로 헤쳐 모이는 게 현실이 되어버렸 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제가 '아빠 고스톱 한판' 얘기 한 겁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면서 게임을 시작했습 니다. 그러면서, 장인어른은 가족의 화목을 위해 3천 원 상한선을 두고 쳤는데.
결과는? 장인이 1등을 이어나갔고,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사위들 딸들이 돌아가면서 고스톱을 쳤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통은 대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놀이, 여행 같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 장인어른을 즐겁게 했던 이유는 단순히 1등이 아니라 명절 때 처음으로 주인공이 된 시간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동안은 가족끼리 윷놀이를 하기도 했지만, 그런 건 막상막하, 사실 누가 더 잘하고 안 하고 가 없습니다. 그런데 고스톱은 역시 경력을 무시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너무나 공평하게도 나이순서대로 1,2,3등이 정해졌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던지? 비로소, 그 자리에서 장인어른에 대한 존경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고, 장인께서도 아마도 기분이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옆에서 보드게임을 엄마들하고 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게 보녔는지. 다음날 장인어른께 민화투 특별강의까지 요청해서 배웠습니다. 아마 다음번 명절 때도 고스톱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건전하게 말입니다
명절때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명절은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친지분들, 그리고 부모님 장모님댁을 차례로 방문드리고, 오늘은 휴식 모드 로 보내는 중입니다
명절연휴중에 인상깊었던 하일라이트는 연휴 첫날 고모님 댁에서 엄청난 식사를 했다는 것과 어제 처가 집에 가서 새벽 1시까지 고스톱을 하면서 보냈다는 겁니다. 어쩌면 대화보다도 음식과 놀이가 받쳐줘야 명절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보통 명절이 되면 가족과 소통을 하라고 하지만 그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충고/조언/평가/판단' 같은 건 아닐겁니다
결국 명절의 분위기는 맛난 음식을 같이 먹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놀이나 여행같은 것으로 변화되야 할 것입니다. 일례로, 저희집의 경우, 어제 저녁 엄마들은 보드게임으로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았고, 사위들은 장인어르신과 고스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가정의 평화를 위해 판돈이 크지 않아서 제가 잃은 건 7천냥이긴 했지만. 새벽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