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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인도령 Feb 27. 2024

퇴사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퇴사 후 두 달째 직업을 알아보는 중이다. 충분한 이직 준비를 하고 나갔으면 모르지만, 그냥 사무실에서 몇 달을 더 버틴다고 뚜렷한 기회가 생길 거 같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구직사이트를 뒤져봤지만 허탕. 그렇다고 지인들에게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 사실 50대 초반에서 선배들에게 전화를 해본들. 그분들도 하는 말은 <버텨라>밖에는 못한다. 이유는 그들도 그러하므로.. 


그래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배수진을 치고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사실, 썩 괜찮은 판단은 아니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생각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터라 저지르기로 했다 (이렇게 적으면, 사람이 조금 못 참는다고 할지 모르지만, 퇴사에 대한 생각은 이미 2년 전부터 해왔고, 늘 조금만 더! 란 생각으로 버텨오면서 2년 8개월을 버티면서 살았다)  


그러나, 퇴사를 하고 실직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지출에 대한 것이었다. 사업을 하면 빛을 지고 투자를 하고 다시 이익을 만들겠지만. 직장인이 만드는 유일한 수익은 월급이므로 (그래서 재테크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월급이 끊긴 이상 고민도 시작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매달 꼬박 돈이 나가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 월급쟁이가 가장 먼저 맞닿는 냉정한 현실은 매달 25일 되면 통장에서 누군가 돈을 빼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지출에 대한 걸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생활비, 보험금, 용돈, 그리고 통신비 등등 합치면 적은 돈이 아니다. 적어도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일정금액은 있어야 빠듯하지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실업급여를 6개월 동안 받으므로, 거기서 얼마, 그리고 퇴직금 얼마, 주식으로 매월 버는 돈 얼마 하면 일단 최대한 허리띠를 조르면 1년은 버틸 듯싶었다. 그래도 나가는 돈이 빠른 속도로 나가므로, 그냥 허탕만 쳐서는 안 될 거 같은데.  실업급여는 기간 중에 어떤 금전적 이득이 생기면 그걸 빼고 주므로, 그것도 참 답답한 노릇이다. 쥐꼬리만 한 생계비를 주면서 제대로 된 일을 찾으라니 ㅜ.ㅜ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직업 체험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중장년이 어디 갈 데가 있다고 ㅜ 



이미 남자나이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이직은 하늘에 별따기다. 이미 자료에 의하면 이 나이에 이직에 성공하는 경우는 지인소개가 70%가 넘을 정도로 구직사이트를 통해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가더라도 구직사이트에서 중장년에게 바라는 건 열정페이이므로, 들어가도 1-2년 안에 나올 확률이 90%. 그럼 또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 점점 어려워지고, 그래서 흔히들 지인이 많이 하는 조언은 '니 나이에 어딜 기어 들어가려고'라는 게 슬픈 현실이다


일단, 두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일단은 빨간불이 켜졌지만, 그렇다고 1-2월에 구직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다. 이유는? 이때는 이미 연말에 정비를 마친 회사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시기라서 뽑는 곳이 많이 없다. 특히, 실무도 아닌 관리자는 더더욱. 특히나 작년 하반기 이후 구직시장이 얼어붙어있으므로 (요즘 이런 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다 보니 오로지 정부에게 유리한 기사만 등장하지만) 어디 들어가려면 누구 말대로 이력서 100군데는 넣어야 1,2군데에서 면접 보라고 올랑말랑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아직은 '당장은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니까'란 위안을 삼으면서.. 다양한 길을 모색 중이다. 재취업, 투잡,  교육 등등 해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나 스스로 고민해 가면서 (중장년 내일센터에서 컨설팅을 받는 중이고, 추가로 구직관련된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3월 한 달간 들을 예정이다) 2월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일단, 앞서 말한 대로 퇴직을 하면 가장 먼저 취할 행동은 술 먹지 않는 거다 (사실상, 소비를 크게 줄여나가는 것). 돈이 음주에서 많이 나가므로, 이걸 줄이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인데, 실제로, 1월 지출을 보도라도 가장 많았던 것이 음주였다. 그러니 관계에 부담이 생기게 되고, 앞으로 내 삶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누구를 먼저 연락하는 건 엄두도 못 낼 듯싶다.  


두 번째로 해야 할 행동은 계속 찾는 행동일 것이다. 멈추지 말고. 부지런히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멘털관리를 하는 거. 하지만. 이것을 말하기 전에 해야 할 행동은 루틴을 유지시키는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딘가 가야 한다는 거. 집에 있으면 딴생각이 나게 되고, 뭘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는 사실. 우리가 익숙한 곳에 있으면 시간이 2배 3배 빠르게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므로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켜 가면서  뭔가 준비를 하려면 나와야 한다. 그러면서 루틴을 쌓아가는 곳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좀 전에 얘기했듯이 술은 줄이는 게 맞지만, 관계는 유지해가야 한다. 건강관리, 관계 유지 ' 등을 통해 삶의 건전성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돈을 벌리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종교 생활이든, 아니면 나처럼 글을 쓰면서 하루에도 소비가 아닌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사람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개인적 다짐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은 내 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내가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면 일보후퇴, 이보전진한다는 마음으로 지금은 조금 관계를 내려놓고, 관계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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