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이후, 더 중요한 외부와의 관계, 소통에 대한 생각
갑자기 실직을 하고 나서, 바로 영향을 미치는 건 경제적 능력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 단절이다.
세상이 SNS 위주로 소통이 되다 보니, 이제는 점점 오프라인에서 관계 맺고 연결하는 것이 쇠퇴되는 거 같다. 기존에 관계 맺던 경우나. 나름 사회적 지위가 있어서 잘 나가는 사람이라면 분에 넘치겠지만. 그 고리에서 탈락된 나 같은 사람들은 정말 사회에서 맺은 관계는 우수수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런 일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보다 잘 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관계가 없어진다고 상심만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어릴 적 아버지가 조언해 주기를, 어떤 상황이라도 아주 친한 경우가 아니면 내가 약한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백번 천 번 맞는 말이다. 굳이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을 말할 이유가 없다. 굳이 원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만약. 얘기했다손 치더라도, 관계에 도움도 안 되고, 아마 다음부터 연락을 안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 이젠 이용가치가 떨어졌으니까 말이다
아버지는 이와 관련해서 또 하나 조언을 해주셨는데, 나보다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 마음속에 '선산' 하나씩 가지고 만나러 가라는 조언도 하셨다. 보통 산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실, 있어도 팔기 쉬운 자산이 아니다. 팔더라도 값어치가 안 나가는 게 산이지만, 사람들 입장에선 매우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남과 비교하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배워온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존심을 지키려면 이렇듯 (마음속) 산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게 필요하다.
한국인들의 안 좋은 버릇 중에 하나가 상대가 약해 보이면, 자신의 잘남을 넘어서, 괜히 나를 주눅 들게 만들기 위해 온갖 자랑을 늘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도 다행스러운 건. 금전적 관계를 떠나서라도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게 친구가 아니다. 그래서 오늘 말하고 싶은 건 삶에서 꼭 같은 나이에 동년배만 고집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아침편지 지인. 나는 2006년 12월부터 지인들 대상으로 아침편지를 보내고 있다. (물론, 예전 피쳐폰 때 보낸 자료는 사라지고, 2015년부터 보낸 건 가지고 있지만) 그런데. 2015년도인가 협력업체 관계로 알고 지낸 협력업체 임원분이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 보니. 이후로 꾸준히 답장을 해주고 계신다. 이런 기브 앤 테이크 응답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글쓰기 인연. 2020년 6월 한겨레 문화센터 곰사랑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어머님인데 (지금 연세가 60대 중반?) 1,000일 이상 매일 글쓰기를 통해 만나고 있다.
세 번째, 대학교 동아리 선배. 3년 전부터인가 매우 월요일 19시 40분- 20시 사이에 연락을 드리는 중인데,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루틴이 되었다. 그 외에도, 한 달에 한번 20년 이상 만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모임이 있고, 답장은 없지만 그래도 간혹 가다 답장을 주는 아침편지 멤버들이 있다 (약 100명). 이뿐이 아니다.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자주 안부인사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것이 사람을 외롭지 않게 해 주면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고독은 필요하지만, 외로워서는 안 된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자주 하곤 하는데. 외로움은 담배 12개비와도 맞먹을 정도로 몸에 해롭다고 한다. 그러니. 주변에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들을 만들어 놔야 한다. 방법은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다.
아무쪼록, 어떤 상황에서든 혼자가 된 경우라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최소한 외로움에서는 벗어나길 바란다. 그래야. 나름 사람이 동기부여도 되고,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의 보탬이 될 수 있다
* 아래는 어제 본 기사 중 일부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 내용 중 ‘연령대별 삶의 질과 영역별 만족도’에 보고서를 보면 노년세대 삶의 만족도는 젊은 층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적 고립도(‘집안일 부탁’ ‘이야기 상대’ 둘 중 하나라도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는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높아졌다. 전 세대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최고치였다가 2023년 33.0%로 낮아졌다.
반면 60대 이상은 40.7%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 ‘삶의 만족도(10점 만점)’는 6.5점이었다. 30~49세가 6.6점으로 평균보다 높았고, 60세 이상은 6.4점으로 가장 낮았다. 일상 행복 지표인 ‘긍정 정서’도 60세 이상이 6.6점으로 전 세대(평균 6.7점) 중 최하위다. (국제신문, 도청도설 2024.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