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인도령 Jan 01. 2024

2024년 설날 아침의 다짐

01. 새해의 다짐 - 액티브하게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은 실은

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 한 숟가락 흙 속에, 정현종


우리는 스스로의 힘을 읽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야생의 힘이죠. 도구를 만들어서 동물을 잡아먹던 오래전 조상들이 제게 준 능력 말입니다


그냥 순종하며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시험에 잘 붙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 들어가서 잘 생활해서 임원까지 올라가는 거. 그 사이에 결혼 잘해서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잘 낳아서 살아가는 거. 그 오랜 시절을 오직 회사에서 진급하고, 좋은 아파트 이사 가고, 아이들 좋은 대학 가도록 뒷바라지하는 것만 보면서 오랜 시간을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나이가 50. 언제까지 그렇게 순종적으로 살아야 행복이 찾아올까요?


2024년도는 세상에 대한 반역을 꿈꾸며, 액티브하게 살아내고 싶습니다. 파이팅!


p.s


그렇게 뒤집기 한판을 못하면 영영 기성세대의 뒤에 가려져 꿈도 못 펼친 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02. 새해의 다짐  - 굴비처럼 비굴하지 않게


부디 너만이라도 비굴해지지 말기를

강한 바닷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맡긴 채

꾸덕꾸덕 말라가는 청춘을 견디기 힘들더라도

오직 너만은 굽신굽신 비굴의 자세를 지니지 않기를

무엇보다도 별을 바라보면서

비굴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기를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해지는 인생은 굴비가 아니다

내 너를 굳이 천일염에 정성껏 절인 까닭을 알겠느냐


- 굴비에게, 정호승


오늘은 행복이 택배로 왔으면 하는 새해 아침입니다. 아마도 사은품으로는 건강과 좋은 관계 그리고 먹고살만한 돈까지 온다면 올 한 해도 잘 지낼 거 같습니다. 사실 일을 하고(돈을 벌고), 누가 아픈 사람 없고 하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내 소신껏 살면 되는 거니까요. 굳이 누굴 비교하거나 아쉬워할 거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만나면서, 경험하면서 기분 좋게 한해를 살아가는 겁니다


새해라고 달라진 건 없지만, 마음만이라도 추스르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꿋꿋하게 올 한 해 살아보자고 다짐합니다.


굴비처럼 가오를 가지고서 힘차게 내딛고 싶습니다



03. 새해의 다짐 - 단단하게!


양파 속 등심원

호수에 돌을 던지듯

양파의 마음속에

누가 설렘을 던졌을까?

작은 양파가

여덟 겹의 동심원을 그리는 동안

양파의 심장은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그걸 안으로, 안으로만 감추느라

양파는 저 홀로 점점 매워졌고

그래서 또 누군가는

꽁꽁 싸맨 양파의 마음을 쪼갤 때

눈물도 대신 흘려주는 거지


- 설레는 양파, 강기원


저는 2024년도 양파 같은 삶을 살자고 다짐해 봤습니다. 양파는 까도 까도 마음속을 알기 어렵습니다. 매콤함으로 까고자 하는 이에게 눈물바다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파 같은 삶을 살아야 내가 온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겹 한 겹을 삶에서 묻어나는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양파처럼 단단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잘 대응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삶, 상처가 나도 금세 회복할 수 있는 삶 (회복탄력성) 등등

양파 같은 삶은 어쩌면 모험적인 삶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2024년도는 양파 같은 삶을 위해서 파이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문구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