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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모리 Nov 12. 2023

행복한 글쓰기

글씨를 쓰는 건 쉽지만 글을 쓰는 건 어렵다. 주제가 던져지면 생각나는 무언가를 써내려 갈 수는 있어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혹자는 웹툰 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 많은 작가들을 존경한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 되거나 누군가의 지시나 강요로 인해 글을 억지로 써야 하는 순간, 글쓰기는 스트레스가 된다. 학창 시절에는 글을 쓰는 일이 별로 없다. 글을 읽고 암기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가끔 독후감을 쓰는 시간이나 주어진다거나 경연대회, 출품 대회 등 글을 쓰는 기회가 한정적으로 주어진다. 성인이 되면 갑작스레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난다. 보고서부터 해서 각종 논문, 이력서,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 기안서, 사업계획서 등 목적성과 체계성이 뚜렷한 글들만을 쓰게 된다.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적는 시간은 적어진다. 


행복한 글쓰기를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감정 일기'를 쓰는 것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등 기간을 두고 그 기간동안 내가 느낀 점을 쓰는 것이다. 내가 감정으로서 느낀 점을 쓴다.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프다고 적고 기쁜 일이 있으면 기쁘다고 적는다. 아니면 누군가에게 카톡이나 문자로 내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어떻게 보면 카톡이나 문자도 글쓰기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내 감정을 잘 모르겠으면 말 그대로 모른다고 적는다. 뚜렷하지않거나 희미한 나의 감정들이 글로 써내려가는 순간 선명해진다.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거나 분노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쓰레기같다', '죽여버리고 싶다' 등 거친 말도 써내려 가곤 한다. 그 분노가 나에게 향하기도 한다. 이는 '쓸모 없다', '죽고 싶다' 등으로 표현된다. 그렇게 우리는 감정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다. 거친 감정을 말로 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건 타인에게 문제가 되지만 글은 감정에 대한 대상을 표현하지 않거나 특정된 타인이 읽지 않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정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그 감정의 원인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우울하면 우울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기쁘면 기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감정 일기에 마지막으로 써야 할 것은, 감정의 원인을 해결하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다짐의 말을 쓰는 것이다. 슬프거나 우울하면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적어보고 기쁘거나 행복하면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무엇을 노력할 지에 대해 적어본다. 그렇게 우리는 감정 일기를 '행복 일기'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행복한 글쓰기를 하는 두 번째는,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하루 5감사를 정책으로 밀고 있는데, 감사 일기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긍정적인 태도는 건강한 삶과도 연결된다. 사실 사소한 것을 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한 일은 무궁무진하다. 일단,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다. 우리는 전세계 1,400만 종에 달하는 수많은 종 중에서 '인류'라는 가장 진화한 종으로 선택되어 태어났으며 기대 수명이 40년에 불과했던 조선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쟁과 기아, 침략으로 고통받던 과거의 특정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쟁 중인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는 여행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로우며 대한민국은 휴전 중이지만 나름 평화로우며 여러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국가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대한민국의 현대에 태어나서 감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인간 관계에서 감사할 수 있다. 나를 태어나게 해준 부모에게 감사할 수 있고 나에게 친근함과 즐거움을 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할 수 있다. 누군가는 타인의 후원을 받을 수 있고 좋은 기회를 만나 일을 하게 해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받는 여러 서비스에 감사할 수 있다. 어떤 시설을 방문하던지, 자본을 지불하지만 그 자본에 대응되는 마땅한 서비스를 비롯해 친절함을 제공받는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받고 카페에서 향이 좋은 커피를 제공받으며 영화관 및 스포츠 관람 시설에서 시각적 오락을 제공받는다. 요양원 등 복지 시설에서는 많은 노인들이 케어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어린아이들과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 기관에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설을 관리하고 사람의 안전을 관리한다. 자급자족을 하는 일부 인류 집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류는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편리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것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서비스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대부분은 인사치레는 하면서도 감사함은 잘 표현하지 않는다. 부모의 경우, 키워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유복하지 않은 가정, 이혼 가정, 가정 폭력이 자주 발생했던 가정의 경우에는 감사는 커녕 부모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 업종의 경우, 자본을 지불하거나 세금을 냈으니 이러한 서비스는 당연하다는 반응이 많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나 교사의 경우, 민원으로 인해 공무원이지만 서비스직 못지 않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는 타인에게 좀더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감사함을 표현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야 많은 서비스 종사자들이 일에 보람을 느끼며 그들이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가 그들을 하대하고 함부로 대할수록 우리가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간편결제, 공인인증서,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 서비스 관련 기술의 다각화로 우리는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서비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고도의 기술과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다 한들 오가는 말들이 험하고 불편하며 소통에 장애가 있다면 그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우리 사회에는 '덤'이라는 게 존재했다. 고객의 친절함에 서비스 제공자가 감동받아 하나라도 더 얹혀주는 그런 문화가 있었다. 이것은 서로에게 '감사'하기 때문에 발생한 '정' 많은 문화이다. 때때로 카톡이나 문자 대신 직접 정성들여 누군가에게 감사편지를 한 통 써보자. 우리 삶에 감사하고 타인에게 감사하며 타인에게 베풀고 살면 언젠가 베푼 것들이 자기자신에게 돌아온다. 남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착하면 사람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절을 습관화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그것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웨이먼드 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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